전미자동차노조 임금협상 승리 자축, 다음 타깃으로 현대차 토요타 정조준

▲ 전미자동차노조(UAW)가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에 이어 일본과 한국 자동차기업을 상대로 노조 설립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이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기업과 노사협상에서 거둔 성과를 발판삼아 다른 기업에도 노조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와 스바루, 혼다에 이어 현대자동차도 미국에 노조 없이 자동차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미국 최대 자동차산업 노동조합인 전미자동차노조의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다.

로이터는 9일 “전미자동차노조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에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숀 페인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 내 여러 공장에 노조 결성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권익을 지켜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최근 포드와 GM, 스텔란티스와 정기 임금협상을 진행하며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규모 파업을 통해 압박을 더했다.

결국 빅3 자동차기업은 모두 노동자 기초 임금을 25% 인상하고 정규직 전환과 장기근속 휴가를 보장하는 등 전미자동차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조 가입자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전미자동차노조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토요타도 자동차업계의 임금 인상 흐름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내년부터 제조공장 노동자 급여를 약 9%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숀 페인은 “토요타는 전미자동차노조의 공세가 임박했다는 점을 깨닫고 임금을 인상한 것”이라며 노조가 미국 자동차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에 자동차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여러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숀 페인은 토요타를 비롯해 스바루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기업, 그리고 현대차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노조의 영향력이 빅3 자동차기업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로 폭넓게 확대되는 것이 진정한 승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숀 페인은 빅3 자동차기업과 체결한 새 근로계약이 업계 전반에 “노조의 힘을 얕봐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며 “이번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들 기업에 노조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숀 페인은 “우리가 2028년에 다음 임금협상을 진행할 때는 ‘빅3’이 아닌 ‘빅5’ 또는 ‘빅6’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한 자동차기업을 수 년 안에 2~3곳 늘리겠다는 의미다.

숀 페인은 현지시각으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노조 설립 확대를 위한 계획과 정부의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