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노조 임금협상에 배터리공장 포함, LG엔솔 삼성SDI에 인건비 리스크

▲ GM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임금협상에서 전기차 배터리공장 노동자도 새 근로계약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한국 배터리업체에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얼티엄셀즈>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GM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임금 및 근로조건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노동자를 계약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GM과 미국에 합작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이 전미자동차노조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며 인건비 부담 등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현지시각) 미국 지역언론 인디애나퍼블릭미디어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는 전기차 배터리공장 노동자를 GM과 맺는 새 근로계약 조건에 포함하도록 한 성과를 자축하고 있다.

GM과 전미자동차노조는 9월부터 기존 근로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 계약조건을 논의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시한인 9월14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즉각 대규모 파업에 들어가며 GM뿐 아니라 포드와 스텔란티스를 포함하는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을 압박하는 전략을 활용해 왔다.

GM은 여러 차례 조정안을 제시한 끝에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 배터리업체와 공동으로 건설해 운영하는 전기차 배터리공장 노동자도 새 계약조건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배터리공장은 한국 협력사와 합작법인으로 운영돼 포괄적 근로계약 체결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유지해 왔지만 결국에는 노조의 뜻을 반영하게 된 셈이다.

인디애나퍼블릭미디어는 “GM은 잠재적으로 큰 악영향을 남길 파업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으로 이러한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GM에서 수 개월째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던 협상안이 마침내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조가 큰 승리를 거뒀다고 전했다.

GM이 배터리공장 노동자를 전미자동차노조와 협상중인 새 계약조건에 포함하지 않으려 한 이유는 인건비 부담에 있다. 노조가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여당인 민주당 의회 의원들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과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을 향해 배터리공장 노동자를 근로계약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노동자에 기초 임금을 약 25% 높이는 인상안을 선제적으로 확정하면서 이런 여론을 잠재우는 데 힘썼다.

그러나 강성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가 파업을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자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의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앞으로 체결될 새 근로계약 조건에 포함된다면 평균 임금은 지금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히 한국 배터리 협력사도 미국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오하이오 이외에 2곳의 추가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와 GM의 합작 배터리공장도 2026년부터 가동이 예정되어 있다.

인건비 부담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배터리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공장 증설 속도가 늦춰져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GM 노조 임금협상에 배터리공장 포함, LG엔솔 삼성SDI에 인건비 리스크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테네시 배터리공장 예상 조감도. <얼티엄셀즈>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저임금의 배터리공장 노동자만 늘린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었다.

따라서 배터리공장을 완성차기업과 근로계약 협상에 포함시키는 일은 매우 큰 성과에 해당한다.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 한국 배터리업체와 합작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는 다른 자동차기업도 GM과 마찬가지로 같은 요구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SK온 역시 포드와 건설 중인 미국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인건비 리스크를 안게 된 셈이다.

숀 페인 위원장은 “빅3 자동차기업과 협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노조의 요구가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 등 강경한 대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GM이 전미자동차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며 이러한 움직임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전미자동차노조가 빅3 자동차기업을 향해 내놓은 요구사항은 임금 40% 인상, 고용 보장, 주 32시간 근무, 노동자 연금제도 소급적용 등이다.

전기차 배터리공장까지 이러한 조건이 적용된다면 인건비 부담에 더해 생산성 저하, 노조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노사갈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테슬라 등 노조 영향을 받지 않는 전기차기업이 이를 계기로 빅3 자동차기업에 가격 경쟁력 등 우위를 차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배터리업체와 GM, 포드, 스텔란티스 사이 협력 성과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