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장비 자체 개발 순항, SMIC와 시너지로 미국 규제 대응

▲ 중국 SMEE(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연내 자체 기술을 활용한 28나노 반도체 노광장비를 생산해 SMIC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MEE 반도체장비 이미지. < SMEE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가 올해 안에 28나노 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노광장비 출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ASML 등 해외 업체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등의 반도체장비 수출규제가 본격화되며 자급체제 구축에 주력해 온 중국 정부의 노력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결실을 맺게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6일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 보도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가 이르면 올해 안에 SMEE의 28나노 반도체 노광장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SMEE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반도체 장비기업이다. 반도체에 회로를 인쇄하는 공정에 쓰이는 노광장비를 전문으로 개발하고 생산한다.

현재 SMEE가 공급하는 가장 앞선 기술의 노광장비는 90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 28나노 공정에 쓰이는 장비를 상용화하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성과다.

28나노 미세공정은 전기차에 쓰이는 전력반도체, 이미지센서 등을 제조하는 데 주로 활용되며 TSMC와 같은 주요 파운드리업체 실적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SMEE가 28나노급 노광장비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이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에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반도체 노광장비 1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규제가 더욱 강화돼 중국이 해외 기업에서 생산되는 노광장비를 사실상 완전히 사들일 수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무역제재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기존에 반도체 제조기업들에 집중하던 정부 지원을 SMEE와 같은 반도체 장비업체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도 제공해 왔다.

SMEE의 28나노 노광장비 자체 개발과 상용화는 중국이 이러한 노력을 성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SMIC는 최근 화웨이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7나노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에 ‘1승’을 안겼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중국의 기술 발전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반도체장비 분야에서도 SMEE가 연내 28나노 공정 노광장비 출하에 성공한다면 미국 정부는 위기감과 함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자체 노광장비 개발은 수 년에 걸친 미국의 압박과 통제를 이겨내고 반도체산업에 큰 결실을 이뤄냈다는 점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장비 자체 개발 순항, SMIC와 시너지로 미국 규제 대응

▲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 SMIC >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자국산 장비를 도입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의 자급체제 구축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SMEE가 연내 28나노 노광장비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은 8월 초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 가능성을 두고서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중국의 기술적 한계와 연구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한다면 SMEE가 단숨에 90나노에서 28나노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일은 현실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톰스하드웨어는 “SMEE가 28나노 장비를 공개하려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SMIC가 이를 도입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SMIC는 7나노 반도체 양산을 통해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 성과를 증명한 만큼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수주를 빠르게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SMEE가 장비 공급업체로 SMIC와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다면 중국 시진핑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중요하게 기여할 공산이 크다.

이는 결국 반도체 공급 과잉이나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 등으로 이어져 한국 반도체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다만 톰스하드웨어 역시 SMEE가 28나노 장비 물량을 충분한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SMIC와 같은 기업이 ASML과 일본 캐논, 니콘 등에서 사들이던 장비를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일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지는 시기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마저 SMEE의 잠재력에는 어느 정도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반도체 생산은 단일 국가가 혼자서 이뤄내기 어려운 작업”이라며 다른 국가와 협력이 여전히 필수적 과제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