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주가가 인공지능(AI) 훈풍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9만 원으로 높이면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9월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7만 원 부근에서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9만전자’ 전망에도 빠져나가는 개미들, 본격적 반등은 언제쯤

▲ 삼성전자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의 삼성 깃발 <연합뉴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8일 7만3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7만전자’를 턱걸이로 지켰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번 주(4~8일) 7만1천 원 위에서 거래를 시작했지만 주중 횡보세를 보이면서 7만 원 안팎으로 오르내렸다. 6일부터 3거래일 연이어 장중 7만 원 밑으로 내려갔으나 장 후반 들어 7만 원 위로 오르면서 종가 기준 7만 원선을 겨우 사수했다. 

엔비디아와 공급 계약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 1일 단번에 6.13% 급등해 7만 원 위로 올라온 뒤 7만2900원까지 올랐던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을 이르면 10월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됐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공급 규모나 양산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며 “HBM 역시 일반 D램과 마찬가지로 표준이 존재하며, TC-NCF 기반 제품으로도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과 품질만 충족되면 진입 가능한 시장이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발 훈풍에 삼성전자를 둘러싼 주식시장 수급도 개선된 모습이다. 

9월 들어 삼성전자 단일 종목에 대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2215억 원으로 집계된다. 8월 일평균 거래대금 7979억 원과 비교해 53.1% 크게 늘었다. 

상반기를 주도했던 2차전지 업종을 둘러싼 거래대금이 줄어든 가운데 반도체 업종 거래대금이 늘면서 증권가에서는 반도체가 하반기 주도주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도 내비쳤다. 

목표주가도 9만5천 원(KB증권, 상상인증권, 하나증권), 9만4천 원(한국투자증권) 9만 원(대신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9만 원 위에서 형성되고 있다. 하반기 반도체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주가 추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외국인투자자의 연이은 순매수에도 개인투자자들이 1조 원 가까이 삼성전자 주식을 던지면서 주가가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9월 들어 삼성전자를 1조74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2위인 레인보우로보틱스(1377억 원)과 비교해 압도적 규모로 외국인투자자의 수급을 독차지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9월 들어 삼성전자 주식 9632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국내증시에 상장한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는 8월 한 달 동안 9957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지지했는데 9월 들어 주가가 7만 원 위로 올라서자 1일에만 6906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단기 차익실현에 나섰다. 9월 들어 8일을 제외하고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7월 7만 원까지 오른 뒤에도 도로 6만 원선으로 되돌아가는 등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던 만큼 향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높은 수익률로 상반기를 주도한 2차전지 업종에 비해 비교적 재미없는 흐름을 보이는 점도 개인투자자에게 종목에 대한 매력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가 ‘9만전자’ 전망에도 빠져나가는 개미들, 본격적 반등은 언제쯤

▲ 삼성전자 최근 6개월 주가 추이.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유가 강세 등 여전히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가 본격적인 반등태세에 돌아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수출경기 개선, 반도체 수요 증가 등 기업 실적과 관련된 지표 반등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련의 삼성전자 주가 반등은 엔비디아 대상 HBM3 반도체 공급계약과 관련해 AI와 HBM 모멘텀으로 앞선 주도주였던 SK하이닉스와 단기 로테이션 트레이딩 성격이 우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연준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과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반도체 수출 부진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 강세가 시장 전반의 추세적 상승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워보인다”고 설명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저점 통과 이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B2C 반도체 수요가 부진한 글로벌 경기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은 반도테 테마의 추가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소로 남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