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원 한국 배터리3사 공장 정조준, 노조 임금인상 주장 손 들어줘

▲ 미국 상원의원들이 한국 배터리업체와 미국 자동차기업 합작공장을 대상으로 한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왼쪽) 및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오하이오주 배터리 합작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다수의 미국 상원의원이 현지 자동차기업과 한국 배터리업체의 합작공장을 노사 임금협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노조를 지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앞으로 상당한 인건비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상원의회는 현지시각으로 27일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와 해당 기업들이 한국 배터리업체와 설립한 합작법인 CEO를 대상으로 하는 성명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SK온과 포드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CEO가 대상에 포함됐다.

성명을 낸 28명의 상원의원은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노사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터리공장 노동자 임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미국 최대 자동차산업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는 현재 빅3 자동차기업과 4년 만에 이뤄지는 임금협상을 시작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가 상승에 맞춰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과 전기차 중심의 산업 전환에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노조의 핵심 주장이다.

하지만 완성차기업들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여도 전기차 배터리공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 배터리업체들과 합작법인을 통해 운영되는 별도의 회사기 때문이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임금 인상이 배터리공장 노동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 상원의원들이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며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상원의원들은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배터리공장에 제공한 지원은 ‘공돈’이 아니다”라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전기차 배터리공장 노동자 임금이 미국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기차와 같은 첨단 산업 일자리의 임금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상원의원들은 합작법인을 통해 운영되는 모든 배터리공장 노동자 임금이 전미자동차노조와 임금협상에 동일하게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냈다.

이번 성명에 이름을 올린 28명의 상원의원에는 척 슈머 원내대표, 버니 샌더스 등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 여당인 민주당 소속이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및 배터리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 제조사들이 여당 상원의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미국 상원의원 한국 배터리3사 공장 정조준, 노조 임금인상 주장 손 들어줘

▲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상원의원들이 미국 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CEO를 대상으로 하며 사실상 한국 배터리업체에 직접적 요구를 내놓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으로 꼽힌다.

노사관계 및 임금협상과 관련한 문제가 더 이상 미국 자동차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노사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파업 등 강경한 대응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자동차기업 및 한국 배터리 3사에 압박을 더하고 있다.

지역언론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에 따르면 GM은 사업에 차질을 피하기 위해 물가 상승폭에 맞춰 노동자 임금을 전반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자동차기업들도 뒤를 따라 노조와 최대한 원만한 협상을 진행하려 할 공산이 크다.

배터리공장 노동자에 대한 임금 인상 요구도 빅3 자동차기업이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선택지로 꼽힌다.

앞으로 수 년 동안 10곳에 육박하는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공장 가동이 시작되는데 원활한 생산체계를 갖추려면 단기간에 다수의 인력을 확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생산량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배터리공장 가동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일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임금협상에 다소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 셈이다.

미국 내 배터리공장의 인건비 상승 가능성은 그동안 한국 배터리 3사에 잠재적 변수로 꼽혔다.

이제는 미국 상원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가능성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상원의원들은 노조가 그동안 싸워서 얻어낸 임금과 복지 수준을 전기차 산업 노동자에도 적용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될 협상은 앞으로 수십 년을 결정할 기준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