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상장에 삼성전자 투자자로 참여 가능성, 손정의 이재용 협력 결실 맺나

▲ 삼성전자가 ARM 상장을 앞두고 전략적 투자자로 지분을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기업을 투자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결과가 마침내 실질적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로이터는 14일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ARM이 미국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한두 곳을 앵커투자자로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앵커투자자는 투자하는 자본 비중과 영향력이 커 다른 투자자의 의사결정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투자자를 말한다. ARM 입장에서는 ‘백기사’에 해당하는 셈이다.

ARM은 세계 반도체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도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자금 조달을 위해 하반기로 예정된 상장 시기를 더 늦추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대형 반도체기업 또는 IT기업을 상장 과정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한다면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인정받고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아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이뤄낼 가능성이 커진다.

로이터는 현재 삼성전자와 인텔, TSMC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이 ARM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투자자 측에서 ARM 이사회 의석이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위에 거론된 후보 기업들 가운데 ARM 지분을 대량으로 매수할 유력한 기업으로는 단연 삼성전자가 꼽히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손정의 회장과 오랜 기간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사업 협력을 해 왔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ARM 상장을 어떤 방식으로든 도우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손 회장은 이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당시 소프트뱅크 측은 삼성전자와 사업 측면의 제안이 오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과 손 회장의 회동 뒤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손 회장의 최대 관심사인 ARM의 상장 또는 지분 매각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ARM 상장에 맞춰 앵커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ARM에 공동 투자 가능성을 검토했던 만큼 삼성전자와 인텔이 함께 앵커투자자로 참여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ARM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협력을 맺는 일은 반도체 설계사업 및 파운드리사업 경쟁력 강화에 모두 기여할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ARM 상장에 삼성전자 투자자로 참여 가능성, 손정의 이재용 협력 결실 맺나

▲ ARM의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이미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과 미디어텍 등 주요 반도체 설계기업이자 파운드리업체의 주요 고객사들이 모두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특히 인텔과 같은 기업이 TSMC와 경쟁하기 위해 ARM에 협력을 강화하는 일은 다른 고객사들에 파운드리사업 관련한 의지를 나타내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추격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ARM과 긴밀한 협업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술력을 키우는 일은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더구나 ARM이 인공지능 반도체 등 앞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가 이러한 분야의 약점을 해소하는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는 “ARM은 미국 증시가 신규 상장에 불리한 상황에서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며 “앵커투자자를 유치하는 일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바라봤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ARM의 기업가치는 300억~700억 달러 사이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반도체 등 ARM의 주력 사업분야 업황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는 반면 새 성장동력인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나 인텔과 같은 반도체 선두 기업이 ARM에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미래 성장성에 긍정적 시각을 내놓는 일은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수순으로 꼽힌다.

ARM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지분 가치가 높아져 앵커투자자로 참여한 기업이 투자 성과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당초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해 왔지만 각국 시장경쟁당국의 독점금지 규제에 부딪혀 무산되자 상장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경영권을 유지하기 충분한 만큼의 지분은 소프트뱅크가 계속 보유하기로 한 만큼 미국 증시에 상장한 뒤에도 매각 작업이 검토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