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터넷 상에서 유행한 영상, 사진 등으로 만들어진 밈코인의 한 종류인 페페코인 시세가 최근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오후 3시 현재 페페코인의 시가 총액은 1조2500억 여원에 이른다. 최근 시총 10억 달러(약 1조3200억 원)를 넘어섰지만 이날 오후 들어서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도지코인 시바이누 이어 페페코인, 재미로 발행된 밈코인 변동성 주의보

▲ 페페코인에 영감을 준 페페더프로그의 캐릭터 인형. <연합뉴스>


가상화폐업계 알각에서는 유명한 밈을 소재로 만들어 곧바로 유명세를 타는 밈코인들의 사례를 볼 때 페페코인에 대한 투자를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페페코인은 4월16일 출시한 밈코인이다. 

미국 만화가 맷 퓨리 작가가 2005년에 만든 작품 보이즈클럽의 캐릭터 ‘페페더프로그’에서 영감을 받았다. 

페페더프로그는 국내에서 2009년부터 슬픈 표정의 개구리로 유명세를 얻었다. 인터넷 등에서 여러 밈으로 사용됐다. 

페페코인은 최근 시가총액 10억 달러를 달성하며 앞서 인기를 끌었던 도지코인, 시바이누 등과 함께 대표적 밈코인으로 떠올랐다. 

페페코인이 인기를 끌자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페페코인의 랠리가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다른 밈코인 거래 활동 증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페페코인이 나쁘게 끝날 것이라는 경고에도 단념하지 않는 투자자에게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우려와 행운이 동시에 나오는 페페코인의 상황을 두고 앞서 비슷한 길을 걸었던 도지코인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한다. 

도지코인은 일본 개 품종인 시바견에서 영감을 얻어 2013년 첫 발행된 대표적 밈코인이다. 

현재 약 13~14조 원대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기준 상위 6번째 가상화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장난식 가상화폐로 알려졌다. 

이에 무제한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도지코인으로는 장난감 강아지 가면을 사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다. 

도지코인을 개발한 곳에서도 도지코인 거래로 얻어진 수익의 대부분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려는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을 후원하거나 식수 공급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 

이처럼 가볍게 운영되던 도지코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관심을 둔 뒤부터다. 

일론 머스크는 2019년부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지코인이 쿨(Cool)해 보여 맘에 든다”며 “도지코인이 세계 금융 시스템을 정복할 것이다”고 말해왔다. 

일론 머스크의 관심에 도지코인의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2021년 이전 100원을 넘지 못하던 도지코인 가격이 같은 해 5월에는 800원대를 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하락을 겪으며 100원대를 오가고 있다. 

도지코인 열풍 당시 고점에서 투자했다가 가격 하락을 겪은 투자자들은 “개(시바견)에게 물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가격이 하락한 뒤 일론 머스크는 2021년 12월 “도지코인으로 테슬라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거나 자신이 인수한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의 로고를 기존 새에서 도지코인의 시바견으로 바꾸는 등의 행동을 이어왔다.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에 관해 말할 때마다 도지코인 가격은 5~20%씩 출렁이는 등 오로지 일론 머스크를 동력으로 삼아 움직였다. 

후속 개발 방향이나 사용처 등이 불분명한 밈코인이다 보니 관련 유명인의 행동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 

도지코인이 등장한 뒤인 2020년 8월 등장한 가상화폐 시바이누는 도지코인보다 한술 더 떴다. 

시바이누라는 단어 자체가 시바견을 말하는 일본어로 도지코인과 비슷한 어원인 데다 시바이누 개발자는 스스로 도지코인 킬러라고 말하며 유명해지려는 움직임만 보였다. 

시바이누 관계자는 2021년 이더리움의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에게 몰래 67억 달러(약 8조8500억 원) 규모의 시바이누를 보낸 뒤 마치 비탈릭 부테린과 관련이 있는 가상화폐처럼 소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탈릭 부테린은 보유한 시바이누의 10%를 당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인도에 기부했으며 90%는 소각해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고 시바이누 가격은 그 과정에서 38% 하락했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해 가격 거품을 일으켜 이익을 얻으려는 밈코인의 사례들을 돌아볼 때 페페코인 역시 이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