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HLB그룹 ‘에포케’ 중앙아시아 금융사 운영, 진양곤 투자 동력

진양곤 HLB 회장의 개인기업 에포케가 키르키스스탄 소재 금융사 코르키크레딧, 코르키리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르키크레딧(왼쪽)과 코르키리스 홍보 이미지. < 코르키크레딧, 코르키리스 SNS >

[비즈니스포스트] 베일에 싸여 있던 진양곤 HLB(에이치엘비) 회장 개인기업 ‘에포케’의 내부 구조가 처음으로 외부에 일부 드러났다.

에포케는 HLB그룹에서 신사업 발굴과 외부 기업 인수 등에 참여하는 한편 자체 금융기업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에포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르키크레딧’과 ‘코르키리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에포케는 2016년 설립된 기업으로 진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설립 후 감사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포케 산하에 있는 코르키크레딧과 코르키리스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에서 찾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독특하게도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키스스탄에 둥지를 틀었다.

코르키크레딧은 2017년 키르키스스탄에 소액대출기업으로 등록했다. 이후 지금까지 수도 비슈케크를 중심으로 현지 기업과 일반인 등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웹사이트의 ‘키르키스스탄-한국 기업’이라는 소개 문구가 눈에 띈다.

코르키리스는 이름 그대로 리스사업을 하는 업체다. 지난해 에포케의 출자로 설립된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다루는 품목은 자동차다. 현대기아차의 비중이 높아 보인다.

코르키크레딧과 코르키리스의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는 감사보고서에 적시되지 않았다. 다만 에포케는 지난해 코르키크레딧에서 이자수익 약 3억 원을 거뒀다. 

이는 에포케 안에서는 비교적 규모가 큰 수준이다. 에포케의 다른 수익원은 HLB, HL글로벌, HLB생명과학, HLB제약 등 HLB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용역매출이다. 용역매출은 2021년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2022년부터는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창출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총합이 1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에포케는 코르키크레딧, 코르키리스 이외에도 자회사 HLB네트웍스, 손자회사 현대라이프보트 싱가포르 법인(Hyundai Lifeboats Singapore Pte. Ltd) 등을 거느리고 있다. 최근에는 HLB네트웍스 산하에 식음료사업을 운영하는 HLB에프앤비가 새로 설립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이 재무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오늘Who] HLB그룹 ‘에포케’ 중앙아시아 금융사 운영, 진양곤 투자 동력

진양곤 HLB 회장은 개인회사 에포케를 활용해 HLB그룹 인수합병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자체 수익원이 빈약한 가운데 에포케는 2022년 영업수익 48억 원, 영업이익 45억 원을 냈다. 보유하고 있던 HLB제약 지분 전량을 지난해 HLB생명과학에 매각한 것이 반영된 일회성 실적이다. 

실적으로 보나 사업적으로 보나 다른 계열사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지만 에포케는 HLB그룹 외부 투자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HLB그룹이 HLB테라퓨틱스(옛 지트리비앤티)와 HLB바이오스텝(옛 노터스)을 인수할 당시 HLB그룹 계열사 중심으로 구성된 노마드제1호조합과 노마드제2호조합의 대표로 참여했다. 최근 HLB이노베이션(옛 피에스엠씨) 인수 건에는 노마드제3호조합을 꾸리고 250억 원 규모 전환사채 인수에 나섰다.

자금이 부족한 에포케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까닭은 진양곤 회장의 지원 덕으로 풀이된다. 에포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요 경영진으로부터 120억 원을 차입하고 있다. 현재 진 회장이 에포케 최대주주이자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 회장이 차입금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에포케는 진 회장의 개인기업인 만큼 그룹 차원의 지분을 동원해 지배하는 기타 계열사들보다 훨씬 의사결정이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진 회장은 앞으로도 인수합병 과정에서 에포케를 활용해 그룹의 인수합병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르키크레딧, 코르키리스를 비롯한 산하 사업체가 더 성장할수록 진 회장의 자금 부담이 덜어질 수 있는 셈이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