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일본과 관계를 회복하고 미국과 이해관계를 긴밀히 조율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홍콩언론에서 나왔다.

홍콩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 오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한일 강제징용 배상협상’을 발표한 뒤 이틀 동안 일본을 방문한다”며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12년 만으로 윤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중단하고 공급망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조정하도록 일본을 설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언론 "윤석열의 일본 방문에 중국의 반도체 소외 가속화 가능성"

▲ 홍콩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중국의 반도체 입지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3월16일과 17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 회담을 진행한다.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라고 불렀고 6일 박근혜정부 시절 설립한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일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화해무드를 조성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해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꿔 사실상 수출규제를 시작했다.

같은해 8월에는 한국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박기순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전 중국 삼성경제연구원장)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으로 인한 한국과 일본의 화해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소외되는 과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상임고문은 “글로벌 반도체 생산은 한국, 일본, 미국, 네덜란드, 대만과 같은 국가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며 “이 블록의 반도체 공급망은 더욱 안정되고 중국은 고립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칩4 동맹에 일본, 대만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어떤 입장에 취하느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자시 낸드플래시의 40%를 만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의 40%, 낸드플래시의 20%를 각각 중국 우시 공장과 다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제공 조건으로 10년 동안 중국 투자 금지를 제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을 향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만약 한국이 반도체에서 중국과 협력관계를 끊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국 전체 수출의 60%가 반도체인데 이 가운데 50%가 중국으로 수출된다”며 “한국이 미국을 따른다면 중국에서 최대 50조 원 상당의 투자를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023년 첫 두 달 동안 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만으로부터의 수입은 30.9%,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23.1% 줄어들며 중국과 이웃 국가들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미국 백악관 방문은 중국에게 더 나쁜 소식”이라며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여기에서는 두 국가의 안보 및 경제에 대한 논의가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