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삼성전자 TSMC와 경쟁 자신,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에 기회 봐

▲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고객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에 대응해 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을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기술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선두 기업에 맞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사 주문을 수주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텔은 주요 파운드리업체 가운데 유일한 미국 기업이라는 장점과 오랜 제조업 분야 경험, 반도체업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등을 앞세워 주류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5일 팻 겔싱어 CEO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인텔은 세계 반도체 심장부에 해당하는 미국에서 과감한 투자로 미래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겔싱어는 2021년부터 CEO를 맡아 인텔의 파운드리 신사업 진출 전략을 주도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독일 등 전 세계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버지는 인텔이 주요 경쟁사를 포함한 외부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목표로 TSMC와 맞경쟁을 노리면서 인텔의 사업 구조와 기업 문화를 빠르게 바꿔내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겔싱어는 그동안 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개발을 미루던 인텔의 전략이 “아주 멍청한 일”이었다고 비판하며 이 때문에 TSMC와 같은 경쟁사에 기술 우위를 내주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의 전략을 참고해 EUV(극자외선) 공정 기반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현재 상당한 수준의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으로 EUV 공정을 활용해 상용화한 인텔4와 인텔3, 현재 개발중인 2나노 및 1.8나노 미세공정 기술 개발이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미래 사업에 자신감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겔싱어는 “인텔은 1.8나노 이후의 공정 기술에도 충분히 준비되었다”며 “2030년까지 계속 자신감을 두고 EUV 공정 기반의 기술 리더십을 갖춰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UV 기반의 미세공정 기술은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은 모두 이르면 2024년부터 2나노 미세공정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인텔이 1.8나노 공정 개발 계획을 밝히며 가장 적극적으로 기술 선두 확보 목표를 내세운 가운데 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 공정 상용화 목표를 제시하며 본격적으로 주요 파운드리업체들 사이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7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에 그친다.

TSMC가 가장 앞선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뒤를 잇는다. 인텔은 이제 막 파운드리사업에 뛰어든 단계라 아직 시장에 영향력을 거의 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겔싱어는 인텔이 세 기업 가운데 유일한 미국 기업으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인텔이 새로 건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이 미국과 유럽에 집중된 만큼 대만에서 대부분의 공장을 운영하는 TSMC나 한국에 있는 삼성전자에 차별화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인텔 CEO 삼성전자 TSMC와 경쟁 자신,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에 기회 봐

▲ 인텔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겔싱어는 “반도체와 같이 중요한 제품을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하는 일은 석유가 단일 국가에서만 생산되는 일과 같다”며 “인텔의 목표는 전 세계에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TSMC와 삼성전자뿐 아니라 인텔에도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생산 다변화 수요를 인텔 파운드리사업의 성장 기회로 삼아 주류시장에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겔싱어는 TSMC가 지난 2년 동안 고객사 수요에 모두 대응하지 못 했다는 점을 예시로 들며 “고객사들은 더 폭넓은 반도체 공급망을 갖추길 원하고 이는 인텔의 성장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텔이 자체 반도체 생산으로 오랜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것과 반도체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춰 ASML 등 협력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으로 제시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인텔의 EUV 장비 도입을 적극 지원해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겔싱어는 AMD와 같은 인텔의 주요 경쟁사도 원한다면 충분히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할 수 있다며 인텔의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 확보를 자신했다.

미국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이 가능하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원할 것이라는 점도 미국에 가장 많은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는 인텔이 갖추고 있는 독보적 경쟁우위 요소로 꼽혔다.

겔싱어는 “미국에 신설하는 공장은 가장 앞선 EUV 기반 미세공정을 도입하는 생산시설이 될 것”이라며 “꾸준히 투자를 확대해 파운드리 역량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 애리조나주에 300억 달러의 시설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에 예정된 중장기 투자 규모는 900억 달러에 육박한다.

겔싱어는 “인텔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수백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값비싼 여정”이라며 “앞으로 1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