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반도체 웨이퍼공장 들어선다, 삼성전자 수혜 가능

▲ 대만 글로벌웨이퍼의 생산공정 안내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건설을 확정한 데 이어 대만 글로벌웨이퍼가 인근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웨이퍼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반도체 웨이퍼는 장기간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만큼 삼성전자가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해 미국 파운드리공장 가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레그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현지시각으로 27일 글로벌웨이퍼가 텍사스주 셔먼에 모두 50억 달러(약 6조4천억 원)를 들여 12인치 반도체 웨이퍼공장 증설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장 가동 시기는 2025년으로 예정돼 있으며 주로 삼성전자와 인텔 등 미국 내 반도체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고객사들에 공급을 목표로 두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기업이 생산 증설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로 여겨진다. 

글로벌웨이퍼는 시설 투자를 마무리한 뒤 월간 120만 장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전 세계 12인치 웨이퍼시장 전체 출하량 예상치의 5% 정도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웨이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웨이퍼가 서둘러 현지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고객사 주문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특히 글로벌웨이퍼가 텍사스주에 생산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인근 지역에 대규모 파운드리공장 건설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를 가장 중요한 고객사로 고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들여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미국 내 시스템반도체 고객사들의 위탁생산 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파운드리공장 가동을 목표로 둔 2024년 하반기에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웨이퍼 공급부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 반도체공장이 웨이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수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웨이퍼는 2025년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웨이퍼 물량이 현지 반도체공장 수요의 2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생산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웨이퍼는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언급하면서 반도체 웨이퍼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2025년부터 적극적으로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반도체 웨이퍼공장 들어선다, 삼성전자 수혜 가능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쓰이는 웨이퍼 이미지.

글로벌웨이퍼가 대만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오하이오주에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대만 TSMC도 주요 고객사들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글로벌웨이퍼 공장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텍사스 오스틴에도 삼성전자 공장이 위치해 웨이퍼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협상에 더 유리할 수 있다.

글로벌웨이퍼가 미국에 보기 드문 수준의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데는 미국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이 현지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는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웨이퍼 등 핵심 공급망과 관련된 기업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 해당 법안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웨이퍼의 시설 투자 계획에 큰 변수로 꼽힌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27일 CNBC 방송에 출연해 글로벌웨이퍼 텍사스 생산공장 투자가 반도체 지원법 도입 논의에 따른 중요한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의회에서 반도체 지원법을 8월 회기 종료 이전까지 조속히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투자 유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며 미국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글로벌웨이퍼 공장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던 만큼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직접 테일러 파운드리공장 신설 과정에서 지원금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웨이퍼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의 인센티브와 고객사 수요 환경을 모두 염두에 두고 생산 거점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