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제고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이 임대차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서울 아파트 임차인 다수가 임대차3법 시행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남기가 보는 부동산과 국민이 체감하는 부동산의 넓은 간격과 불신

▲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한양 아파트 실거래 아파트값 그래프. <호갱노노>


서울 100대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임대차 3법을 시행하기 이전에는 임대차 갱신율이 57.2%에 불과했지만 시행한 이후에는 10채 가운데 8채(77.7%)가 갱신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홍 부총리가 내놓은 자료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현재 부동산시장에서 전혀 다른 체감을 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2020년 6월2주부터 올해 7월2주까지 59주째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의 상계한양아파트 전용면적 87㎡는 1년 사이에 67%가 올랐다. 지난해 7월 5억7500만 원에 거래됐던 이 아파트는 1년 만인 올해 6월 9억6천만 원까지 뛰었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들은 강북보다 상승률은 낮지만 가격 상승폭은 훨씬 크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7차아파트 전용면적 245㎡는 4월 80억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해당 아파트 매매값은 67억 원에 거래됐는데 6개월 만에 13억 원이 올랐다.

같은 압구정동 현대1,2차아파트 전용면적 197㎡도 3월 63억 원에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는 2020년 5월 47억 원에 거래됐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16억 원이 올랐다. 

경기도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 과천의 과천위버필드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올해 7월 20억1천 만원에 거래됐다. 4월 과천 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5㎡도 20억5천 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마을2단지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20억5천만 원에, 의정부에서도 의정부역센트럴자이앤위브캐슬이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0억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전셋값도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3주 수도권 전셋값은 지난해 11월4주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가 최근 백지화한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의 영향으로 묶여있던 일부 재건축단지의 전세물량이 나오면서 전셋값이 ‘그나마’ 안정됐다는 게 이 정도다.

부동산시장을 향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해 집을 산다는 ‘영끌매수’ 현상은 10대 자녀몫까지 챙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0대가 서울에서 보증금 승계 및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한 건수는 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 가량 늘었다.

인천에서도 올해 들어 5월까지 10대의 갭투자가 3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인천에서는 10대 갭투자 자체가 없었다.

홍 부총리가 던진 말들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하고 싶은 해석에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최대한 알려서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히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겼을 것으로 이해한다. 부동산시장이 심리적 요인에 움직이는 경향이 많아 그런 긍정적 신호를 보내야만 하는 필요성도 인정한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과 결이 다른 지표를 발표하면서 얻는 것은 부동산을 향한 심리적 안정감이 아니라 정부를 향한 불신의 증폭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불안은 외면한 채 보고 싶은 수치만 본다면 국민과 정부 사이의 괴리의 폭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임대차3법, 3기 신도시 등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정부가 의도한 부동산시장의 안정효과는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공자는 정치를 할 때 국방, 경제, 신뢰 가운데 두가지를 버려야만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하냐고 묻는 제자 자로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먼저 국방을 버리고 다음에 경제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는 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