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계열사 합병을 통해 커머스사업의 판을 키우고 있다.

KT그룹은 K알파 출범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 구축·운영과 광고부문을 아우르는 커머스 솔루션사업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KT알파는 KTH가 KT엠하우스를 흡수합병해 출범한 법인이다.
 
KT 이합집산으로 커머스 키워, 구현모 KT알파 앞세워 B2B로 확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KT알파는 K쇼핑을 통한 T커머스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B2B(기업과 기업 사이 거래)시장으로 확대해 커머스분야에서도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도약을 노린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등 유통채널 장벽이 무너지고 네트워크와 결제 등 분야 디지털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 커머스시장에는 개인, 중소 판매자의 진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쇼핑, 라이브커머스, 해외직구 대행 등 커머스사업 관련 솔루션시장도 눈에 띄는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KT알파도 이런 시장 추세에 발맞춰 커머스 솔루션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T알파 관계자는 “KT알파는 개인 셀러(판매자) 등이 크게 늘어나는 등 급변하는 커머스시장에서 B2B사업 가능성을 봤다”며 “커머스 솔루션사업은 완전히 새롭게 진출하는 영역인 만큼 관련 분야 기술과 플랫폼부문 등에서 인수합병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알파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통신판매업종의 온·오프라인 판매자는 2019년보다 34% 늘어났다. 같은 기간 소매업종 판매자 역시 13% 증가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KB증권 분석자료를 보면 커머스 솔루션시장 거래액은 2020년 41조3천억 원에서 2024년 73조8천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5년 동안 커머스 솔루션시장 규모가 한 해 평균 15.6% 커진다는 뜻이다.

KT그룹 커머스사업 핵심 계열사는 K쇼핑을 앞세운 KTH인데 최근 주력사업인 T커머스분야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KTH 전체 매출에서 T커머스사업인 K쇼핑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분기 기준 69% 수준이다. T커머스는 미리 녹화한 방송을 인터넷TV와 모바일채널 등을 통해 송출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KTH는 2012년 국내 T커머스시장에 선발주자로 진출해 1위를 지켜오다가 최근 SK텔레콤의 SK스토아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KT그룹 커머스사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KT는 네이버, SK텔레콤처럼 오픈마켓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따로 없어 커머스 솔루션사업의 의미는 더 크다는 시선도 있다. 이커머스시장 성장의 과실을 챙길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커머스 솔루션은 최근 이커머스시장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는 분야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올해 주주서한에서 커머스사업부문에서는 판매자들의 새로운 요구에 맞춰 다양한 커머스 솔루션을 보강하고 새로운 마케팅 솔루션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네이버는 애초 판매자들이 손쉽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스토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국 이커머스시장 1위로 올라섰다.

KT알파는 커머스 솔루션사업에서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KTH와 KT엠하우스가 독립법인으로 있을 때는 사업영역이 각각 T커머스, 모바일쿠폰사업 등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KT알파는 합병을 통해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니라 KTH의 B2C(일반소비자 대상 거래) 커머스 바탕 위에 KT엠하우스의 B2B(기업 사이 거래) 사업 자산을 더하게 됐다.

KTH는 온라인쇼핑 방송, 쇼핑몰의 콘텐츠,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비롯해 마케팅, 배송, 상품관리 등 유통 인프라 관련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KTH는 K쇼핑을 통해 T커머스 방송 등을 제작, 운영하고 있고 최근 모바일 라이브쇼핑 방송 등에도 힘을 싣고 있다. 

KT엠하우스는 모바일쿠폰 기프티쇼사업을 주력으로 펼치며 기업고객 3만 곳, 오프라인 가맹점 9만 곳과 사업을 하면서 B2B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KT엠하우스는 스니커즈 리셀(재판매) 플랫폼사업 등을 해온 경험도 있다.

여기에 KT알파는 정기호 대표이사 사장이 온라인광고대행사 나스미디어, 플레이디 등 계열사 대표도 겸임하고 있어 광고마케팅 솔루션분야에서도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스미디어와 플레이디를 통해 유통시장 추세와 소비자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고 빅데이터를 추출해 개인, 중소사업자에게 판매전략, 맞춤형 솔루션 등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KT그룹 계열사들과 사업적 시너지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커머스부문은 KT를 비롯한 이동통신사들의 대표적 비통신 플랫폼사업으로 실적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영역이다. 비대면과 디지털시대 성장 잠재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구현모 사장은 2020년 KT 대표에 오르면서부터 통신사업에 묻힌 비통신 성장사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아왔다.

구 사장은 2020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KT 대표에 취임하면서 그룹 전체 계열사들을 ‘이합집산’하는 그룹의 구조적 변화를 준비하자는 생각을 했다”며 “KT의 신사업을 어떤 영역, 어떤 틀로 들고 갈 것이냐, KT의 성장사업을 어떻게 돋보이게 할 것이냐를 준비해왔고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구 사장 기자간담회 한 달 뒤인 2020년 11월 KT그룹은 KTH와 KT엠하우스를 합병계획을 공식화하고 절차를 진행했다. KT 커머스 합병법인 KT알파는 2021년 7월1일 공식 출범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