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광주방송(KBC)과 서울신문의 지분을 매각한 뒤 전자신문에 이어 경제케이블채널까지 추가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호반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오를 정도로 ‘전국구’ 대형건설사가 된 만큼 지역 언론이 아니라 전국구 언론사를 품어 인지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호반건설도 이제 전국구, 김상열 전국구 미디어 소유 원해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11일 호반그룹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호반그룹은 전자신문에 이어 경제케이블채널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광주·전남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활동하는 건설사로 자리잡은 만큼 호반건설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지역 언론사보다 전국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가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호반그룹은 최근 전자신문의 지분 34%를 확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신문은 최근 호반건설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사실을 알리면서 전자신문TV를 설립해 사옥에 스튜디오를 마련하는 등 미디어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호반그룹은 경제케이블채널을 추가로 인수해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그룹은 최근까지 서울신문과 광주방송(KBC)의 지분을 각각 19.4%, 39.59% 들고 있었다. 

하지만 1일자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지상파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에 따르면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 10%, 일반일간신문의 지분 50% 이상을 들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호반그룹은 광주방송 보유지분 전량을 정서진 아시아신탁 부회장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신문의 보유지분 전량도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에 팔기로 했다. 

전자신문은 특수일간신문으로 분류돼 기업의 지분 소유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신문법에는 특수일간신문의 지분과 관련한 규제는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호반그룹은 이 점을 고려해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호반건설은 대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 서울 강남지역에서 수주성과가 미미해 인지도 확보가 절실하다. 

2015년 서울 강남지역에서 '송파 호반베르디움 더퍼스트'를 분양하면서 강남지역에 깃발을 꽂는 데는 성공했고 그 뒤로 위례신도시에서 송파구에 속하는 단지 2개를 공급했지만 그 외의 강남지역에서는 수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강남권이 아파트 브랜드와 건설사 주택사업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요한 곳으로 여겨진다. 

건설기업이 언론사를 보유하는 것은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태영그룹은 서울방송(SBS)을, SM그룹은 울산방송(UBC)을, 중흥그룹은 헤럴드미디어그룹을 들고 있다. 

특히 호반건설은 최근 몇 년 동안 언론의 도마에 자주 오르내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자회사 수십 개를 설립해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에서 택지를 무더기로 낙찰받은 이른바 '벌떼입찰' 의혹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4일 김상열 회장의 사위 등이 보유한 계열사 자료를 누락하는 등 ‘위장계열사’를 운영한 혐의로 호반건설 본사를 현장 조사하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1989년 광주광역시에서 직원 5명으로 설립된 지역건설사였지만 32년이 지난 지금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 반열에 올라설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1997년 IMF 금융위기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광주·전남지역을 중심으로 비교적 싼 값에 택지를 대거 확보한 뒤 주변 다른 건설사들의 아파트들보다 싼값에 분양해 큰 이익을 낸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호반건설은 2019년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1일자로 호반그룹을 자산 10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호반그룹은 2021년 기준으로 4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자산총액 10조6980억 원에 이르러 재계 37위에 올랐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인수와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