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호반산업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나형균 대표집행임원 사장이 해외사업 확장에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 사장은 사모펀드 소유주체제를 벗어난 대한전선에서 사내이사에 올라 이사진에도 발을 들이며 경영활동의 폭도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대한전선 해외공략 더 힘실어, 나형균 호반산업 신임받아

▲ 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집행임원 사장.


8일 대한전선에 따르면 주택건설, 부동산개발 등 분야를 정관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내부 경영체제를 재정비하면서 새 주인 호반산업과 시너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대한전선은 5월1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 추가 등 정관 일부변경 안건과 나 사장을 포함한 새로운 사내이사들을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대한전선은 그동안 사모펀드가 주인으로 있으면서 경영과 이사회 감시기능을 분리한 집행임원체제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호반산업에 인수되면서 경영체제도 대표이사체제로 바뀌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반산업은 나 사장과 김윤수 부사장, 이기원 재무기획실장 등을 사내이사에 신규선임하며 대한전선의 사업을 잘 알고 있는 현재 경영진들을 그대로 중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 사장으로서는 사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경영의 보폭이 더 넓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나 사장은 이번 변화에 힘입어 해외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전선은 건설과 토목, 엔지니어링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호반산업을 등에 업으면서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시장 공략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프라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대한전선과 호반산업이 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대한전선은 미국에서 초고압케이블 등 전력케이블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호반산업과 시너지로 전력케이블과 통신케이블분야의 시공사업 등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한전선은 미국 등 해외에서 기존 케이블제품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고객의 요구에 따른 시공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호반산업이 지닌 발전단지 부수시설 등의 시공능력이 해외에서 수주 영역을 넓혀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반산업으로선 대한전선을 품에 안고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동시에 건축부문과 비교해 비중이 미미한 토목부문에서 사업기회를 넓힐 수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호반산업과 플랜트, 발전소 등 인프라 관련 해외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재무적 투자여력의 한계로 새로운 사업 진출에 제약이 많았는데 매각 성사로 재무건전성도 확보해 해저케이블 등 차세대제품 추가 개발과 설비투자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정책 의지에 따라 대한전선과 호반산업이 둘 다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시장 전망도 밝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3월31일 미국의 교량과 도로, 대중교통, 공항 등 교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시골까지 초고속 통신망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조 달러(약 2237조 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나 사장은 대한전선이 재무구조 악화로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된 2015년 회사에 수석부사장으로 합류해 사업부 총괄을 맡아 회사의 조직개편과 재무안정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 뒤 2019년 5월 대한전선 대표에 오르면서 실적 회복을 위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다.

나 사장은 본업인 전력케이블사업에만 집중해 전력 인프라 노후화와 신재생에너지시장 개화로 초고압케이블 수요가 많아진 미국, 유럽 등에서 사업 수주에 힘을 쏟았다. 1년의 절반가량을 해외출장으로 보낼 만큼 공을 들였다.

나 사장은 취임 직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CRU 와이어&케이블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해 “대한전선이 경영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이제 해외투자와 기술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확대해가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결과 대한전선은 2020년 미국, 유럽 등에서 수주잔고를 크게 키우며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99% 늘었고 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서 11년 만에 최대실적을 냈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에서 내수와 수출 비중도 50대 5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미국 매출은 5배가량 늘어났다. 대한전선은 2015년 미국에서 매출 430억 원을 냈는데 2020년에는 미국에서 매출 2070억 원을 거뒀다.

나 사장은 1968년 태어나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정과 삼일 등 국내 대형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와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마이다스 대표와 안셀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