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경기 성남시 판교구청 예정부지에 엔씨소프트 제2사옥 등 대형건물을 짓는다.

판교, 분당 일대는 최근 대기업 이전과 정보통신(IT)기업 성장으로 대규모 빌딩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삼성물산이 풍부한 시공경험과 자금력을 내세워 향후 이 지역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엔씨소프트 제2사옥 짓는다, 판교 랜드마크 수주전 앞서가

▲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11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판교구청 예정부지에 들어서게 될 대규모 빌딩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엔씨소프트, 삼성물산,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으로 구성된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30일 성남시로부터 이 부지를 8377억 원에 매입하기로 약정했다.

이 부지는 성남시가 판교 신도시의 인구 증가에 대비해 마련한 판교구청 예정부지였으나 정부에서 행정 효율성을 이유로 판교구 신설을 막으면서 지금까지 임시 주차장으로 이용돼 왔다.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은 1조8712억 원을 들여 이 자리에 지하 9층~지상 14층, 연면적 33만574㎡에 이르는 대규모 빌딩을 세우는데 엔씨소프트 글로벌 연구개발혁신센터와 공익적 성격을 지닌 소프트웨어진흥시설 등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은 구체적 설계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엔씨소프트가 제2사옥으로 이용할 부분을 다른 부분과 분리해 2개 동 형태로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빌딩공간의 50%를 활용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 설계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며 “올해부터 설계를 시작해 착공일자 등을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엔씨소프트는 모두 정확한 컨소시엄 지분율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컨소시엄 지분율을 10%가량 보유해 단순 시공을 넘어서 시설운영 등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는 개발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은 이번 시공까지 맡게 되면서 판교, 분당 일대의 대규모 빌딩 시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물산은 분당 네이버 신사옥, 판교 알파돔시티 등 이 일대에서 ‘랜드마크’로 꼽히는 빌딩을 시공해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2사옥 역할을 할 이번 빌딩도 규모나 외관 면에서 앞서 삼성물산이 시공한 빌딩들을 넘어서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란 시선이 많다. 

연면적이 네이버 신사옥(16만7천㎡)의 2배에 이르는 데다 엔씨소프트의 현재 판교본사가 가운데를 비워 놓은 독특한 형태의 건물이라는 점을 살피면 이에 못지 않은 독창적 외관을 지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분당, 판교 일대에서 대규모 랜드마크 빌딩을 계속 수주할 수 있는 이유로는 높은 수준의 시공능력과 풍부한 자금력을 갖췄다는 점이 꼽힌다. 

삼성물산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 높이의 ‘부르즈칼리파’(828m)를 포함해 중동 최대 규모의 전람회장인 ‘두바이 익스히비션 월드(Dubai Exhibition World)’ 등 다양한 대형건물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건설사 가운데 손꼽히는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시공처럼 발주처가 원하면 함께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 3조5952억 원을 보유했다. 이는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5조5436억 원)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삼성물산은 판교, 분당 일대에서 시공 경험을 쌓아 앞으로 나올 대형빌딩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보인다. 

판교, 분당 일대는 최근 두산,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등 대기업 본사가 이전하고 현대중공업그룹에서 5천여 명이 근무할 통합 연구개발센터를 세우기로 하는 등 사무공간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이 일대에서 시작한 IT기업들도 급격한 성장에 맞춰 사무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기도 하다. 

대형빌딩 발주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삼성물산이 풍부한 시공경험을 앞세워 수주를 계속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사옥으로 쓰이는 대형 빌딩들은 규모가 큰 데다 최신기술이 많이 들어가 공사비가 큰 편이다”며 “다만 시공난이도가 높은데 이런 문제만 극복하면 일반적 건물시공보다 얻는 이익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