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이 시장 다각화를 위해 ‘인수합병(M&A) 귀재’의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차 부회장은 올해 LG생활건강의 화장품사업에서 중국에 쏠린 판매시장을 넓히기 위해 북미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차석용, 인수합병 솜씨로 LG생활건강 북미 진출의 교두보 확보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미국 화장품 및 생활용품회사인 뉴에이본의 지분 100%를 1억2500만 달러(우리돈 1450억 원)에 인수한 점을 놓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뉴에이본은 에이본의 북미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뉴에이본은 2018년에 매출 7천억 원을 냈다.

안지영 IBK투자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북미시장에 기반이 없었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시기적절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LG생활건강이 뉴에이본을 인수하는데 비용 부담은 제한적”이라며 “미국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에이본은 글로벌 화장품회사인 에이본의 미국 본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2016년 사모펀드에게 북미사업을 떼어내 매각하면서 뉴에이본으로 이름을 바꾼 뒤 미국과 캐나다 남미 위주의 사업만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현재 미국에 고급 색조화장품 전문 브랜드인 'VDL'로 미국 온라인시장에 진출했고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에 '빌리프'가 입점해있다. LG생활건강 화장품 멀티숍인 네이쳐리퍼블릭 등 모두 3개 브랜드가 진출한 것이 전부다.

LG생활건강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후' 등은 아직까지 미국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차 부회장은 올해 들어 벌써 3곳의 회사와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월 중국 광저우에 있는 에이본 생산공장과 2월 국내 고급 치약회사인 루치펠로, 4월25일 뉴에이본 등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에 오른 뒤로 15년 동안 20여 곳의 회사를 인수합병해 LG생활건강의 매출 증가세를 이끌어 왔다.

차 부회장이 인수합병의 귀재로 평가받는 이유는 M&A를 통해 LG생활건강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으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왔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이 2007년 인수한 코카콜라음료는 2008년 흑자 전환하면서 LG생활건강의 사업 다각화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LG생활건강이 색조화장품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2015년 국내 색조화장품 전문회사 ‘제니스’ 지분을 70% 인수하면서 색조화장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차 부회장이 이번 뉴에이본을 인수한 것은 LG생활건강의 화장품사업에서 ‘중국’ 쏠림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1분기 해외사업에서 매출 4415억 원을 냈다. 이 가운데 중국 법인 매출이 2400억 원으로 54%를 차지했다. 중국법인 성장세가 꺾인다면 해외사업 절반가량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시장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정치적 변수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중국에 진출한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상황 뿐 아니라 '관시' 등의 문화도 이해를 해야한다"며 "중국 관료들과 척을 지게 되면 사업을 하루아침에 접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화장품시장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점에서 미국시장에 안착한다면 LG생활건강의 해외사업 성장은 날개를 달게 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 화장품시장의 규모는 2018년 896억4천만 달러(우리돈 104조 원가량)에 이른다. 2022년에는 1041억6100만 달러(우리돈 약 1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화장품시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성장율도 3.9%로 같은 기간 한국 평균 성장률인 1.3% 보다 3배 높은 수준으로 추정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번 뉴에이본 인수를 통해 에이본 브랜드들의 제품 라인을 업그레이드해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뉴에이본의 북미 인프라를 통해 LG생활건강 브랜드를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