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그리는 LG그룹의 미래 청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 회장은 26일 취임 뒤 처음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와 화학, 통신을 3대 축으로 하는 신사업을 육성해 LG그룹이 영속할 수 있는 바탕을 닦겠다는 뜻을 주주들에게 내놓았다.
 
[오늘Who] 구광모, 전자 화학 통신 3대축으로 LG 미래 설계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날 밝힌 내용은 회장 취임 뒤 9개월 동안 가다듬은 신사업 구상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 회장은 이날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술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자회사들과 함께 경쟁력을 갖춰 영속하는 LG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가장 먼저 전자 계열을 거명한 뒤 차례로 화학과 통신 사업을 놓고 앞으로의 사업전략을 설명했다. 

현재 수익의 큰 비중 차지하고 있는 주력사업보다 신사업에 중점을 두고 LG전자와 LG화학,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구 회장은 “전자 계열은 전기차 부품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광학솔루션 등 부품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IT(정보기술)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전장과 인공지능 사업의 중심에 서있는 만큼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사업을 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부품, 전장 부품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LG이노텍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전장과 디스플레이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특히 전장사업은 LG그룹이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시절부터 육성해 온 미래 먹거리로 전자계열사뿐 아니라 LG화학과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 등 대다수 계열사들이 연결돼 있어 매우 중요한 신사업이다.

구 회장은 다음으로 화학사업의 육성 의지를 내보였다.

LG화학은 그룹에서 가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구 회장은 이날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성과를 특별히 들기도 했다. 그는 "전지사업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매출 신장과 더불어 글로벌사업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LG화학의 소재와 바이오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해 회장 취임 뒤 영입한 신학철 부회장에 주어진 과제도 분명히 했다.

LG화학은 정보전자소재 전문가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선임된 것을 계기로 투명폴리이미드필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레드바이오(제약 등 의료), 화이트바이오(물, 에너지), 그린바이오(작물재배, 비료)사업 등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LG유플러스도 이제 막 개막하고 있는 5G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5G 기반 산업부문을 본격화하면 사물인터넷(IoT)망 구축과 관련 제품 개발,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한 부품, 배터리사업 등 계열사 신사업 대부분이 활성화할 수 있어 최근 전사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LG그룹에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준비를 마치고 관련 콘텐츠 준비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LG전자의 5G 스마트폰 ‘LG V50 씽큐 5G’와 연계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힘을 실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5세대 이동통신 콘텐츠의 부실함이 지적되지만 LG유플러스는 스포츠 관련 콘텐츠 등을 생각보다 탄탄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구글의 스테디아(STADIA)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장점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 회장은 “5G 전환을 앞두고 네트워크 구축 뿐만 아니라 5G 특화 서비스 등 고객의 일상을 바꾸는 가치 제공에 주력할 것”이라며 “미디어와 홈 IoT, AI, 클라우드 등 새로운 성장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