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적기업 ‘다숲’ 송수연, “자원순환하니 사람도 함께 순환돼요”

▲ 사회적기업 '다숲'의 송수연 대표는 아이들에게 숲학교를 통해 자연을 만나게 해주고, 자원재순환 사업을 통해 자연을 그대로 물려주는 데 힘쓰고 있다. 자원재순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자연과 자원, 사람이 함께 어울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관악사회적경제허브센터 다숲 사무실에서 만난 송수연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버려진 보냉팩, 플라스틱을 닦아 자원을 순환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일은 독거중년 등 사회적 취약계층한테 맡겼다. 뜻하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더러워진 플라스틱을 닦다가 자기 삶의 절망을 닦아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기업 ‘다숲’ 이야기다.

송수연 다숲 대표는 최근 서울 관악구 관악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자원을 순환시키다 보니 사람도 함께 순환하게 됐다”며 "자원순환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숲은 2020년부터 관악구에서 보냉팩 자원순환 캠페인을 시작해 2021년에 40톤을 재활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2022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1만5천여 개에 이르는 폐현수막을 사회적기업 ‘세진플러스’와 협력해 친환경 섬유패널 ‘플러스넬’로 재생산해 내기도 했다.

'플러스넬'은 서울 남산도서관 그린리모델링 사업 등에 쓰였고 올해 11월에는 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신기술 자재로 인증까지 받았다.
 
[인터뷰] 사회적기업 ‘다숲’ 송수연, “자원순환하니 사람도 함께 순환돼요”

▲ 사진은 다숲이 2022년 지방선거에 쓰인 폐현수막을 사회적기업 ‘세진플러스’와 협력해 만든 친환경 섬유패널 ‘플러스넬’. 플러스넬은 남산도서관 그린리모델링 사업 등에 쓰였고 올해 11월에는 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신기술 자재로 인증까지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폐플라스틱 등으로 자원재순환 활동 영역을 넓히던 송 대표는 난관에 부딪혔다. 재원이나 행정적 지원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다.

송 대표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세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자원재순환이 돈이 많이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일손을 모두 정규직 직원으로 충당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독거중년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을 맡기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냈다. 출퇴근 시간과 같은 구속 없이 장소만 제공한 뒤 편한 때 와서 일을 하고 일한 만큼 일당을 챙겨주는 방식으로 일거리를 제공했다.

그런데 송 대표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송 대표는 “독거중년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은 대부분 사업 실패 등을 겪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면서 삶에 의지도 약해진 분들이 많다”며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는 일거리를 주자 정도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게나마 벌이가 생기고 조금씩 여유가 생기자 일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삶의 활력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송 대표는 “하루는 일이 있어 새벽에 작업장에 가봤는데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사람들끼리도 누군가 뒤처지거나 하면 ‘이 일이 우리에게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서로를 독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금이나마 마련된 여유를 통해 취미 활동을 하다가 새로운 소득활동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생겼다.

송 대표는 “어떤 분은 플라스틱통 세척 일을 하다 사진에 취미를 붙여 저작권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진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며 “조금씩 사진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돈을 모아 카메라도 사고 지방으로 출사도 나갈 정도로 삶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취약계층 가운데는 사업 등을 통해 위로 뛰어오르려다 실패한 분들이 많은 데 그런 분들이 취약계층으로 계속 남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며 “복지나 자활 같은 걸 찾아보는 일도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르고 여유가 생긴 다음에나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러기까지 사회가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플라스틱 세척 일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봤다”며 자원순환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말한다. 자연과 자원은 물론 사람도 함께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뷰] 사회적기업 ‘다숲’ 송수연, “자원순환하니 사람도 함께 순환돼요”

▲ 다숲은 2020년부터 관악구에서 보냉팩 자원순환 캠페인을 시작해 2021년에 보냉팩 40톤, 연간 88%에 이르는 재활용실적을 달성해 냈다. 송 대표는 보냉팩의 무게가 상당히 나가지만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다며 “보냉팩 수거작업을 하면 많은 분들이 더운 날에도 땀을 흘리며 무거운 보냉팩 뭉치들을 들고 오시는데 환경을 위해 자원을 재순환하겠다는 마음과 우리가 제대로 처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숲>

사실 다숲은 아이들을 위한 ‘숲 학교’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송 대표는 원래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었다. 딸의 성장과 함께 아이들 교육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아이들이 자연을 접하며 마음껏 뛰놀고 상상력을 발휘할 공간이 없다는데 큰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다 뜻을 같이 하는 학부모들과 모여 아이들을 위한 숲 체험공간을 만들었고 오늘의 다숲까지 이어지게 됐다.

송 대표는 “당시 국내에는 아이들을 위한 숲 체험공간이 관악구 청룡산에 하나가 있었다”며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400개 정도가 생겼고 퇴직자 분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숲 학교 사업을 하다보니 자원 재순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송 대표는 “다숲이 하는 일은 아이에게 자연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아이에게 자연을 그대로 물려주자는 것”이라며 “아이에서 아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뜻이 이어지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사회적기업 ‘다숲’ 송수연, “자원순환하니 사람도 함께 순환돼요”

▲ 송 대표는 아이들의 자원 재순환을 향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도돌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자원이 재순환돼 유용한 물건으로 변하는 것을 직접 보여주자는 취지다. 사진은 도돌이 사업의 마스코인 '도돌이'. <다숲>

그래서 최근에는 ‘도돌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새 것 줄게, 헌 것 다오’를 구호로 학교 등에 수거함 설치해 폐플라스틱 등을 회수한 뒤 다시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 등 유용한 물건으로 만들어 되돌려 주는 사업이다.

송 대표는 “사람이 무언가 흥미나 관심을 가지려면 결과가 눈에 보여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자신이 버렸던 자원이 놀이기구로 바뀌어 돌아오는 걸 실제로 보여준다면 자원재활용을 향한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관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른들의 관심, 일반 대중의 관심으로 번져야 사회 전반의 자원재순환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송 대표는 “보냉팩 수거작업을 하면 많은 분들이 더운 날에도 땀을 흘리며 무거운 보냉팩 뭉치들을 들고 오시는데 환경을 위해 자원을 재순환하겠다는 마음과 우리가 제대로 처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 직원들 역시 옳은 일을 한다는 마음이고 이런 마음 들이 모여 자원의 순환을 완성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환은 결국 연결인 만큼 다숲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싶다”며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