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방배신동아에서 내지 못한 하이엔드 브랜드 승부를 여의도에서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은 여의도 재건축 1호 ‘한양아파트’ 수주를 위해 일찌감치 나서 디에이치 단지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 사장은 오티에르를 앞세운 수주전에서 첫번째 승리를 따내며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재건축 1호 한양아파트 시공사 찾는다,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격돌

▲ 여의도 재건축 1호 한양아파트 시공사를 놓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격돌한다. 사진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2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두고 맞대결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은 전날(27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현장설명회를 7월5일에 연 뒤 9월6일까지 입찰을 마감하고 10월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입찰 공고에는 공동도급(컨소시엄) 불가 조항이 포함됐다.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2번지 일대에 연면적 29만522㎡, 지하 5층~지상 56층, 4개 동, 공동주택 956세대 등을 짓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1월 ‘국제금융 특화단지’로 재건축하는 내용으로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해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양아파트 재건축단지는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 기능을 지원하는 ‘비욘드 조닝’의 시범사례로 조성된다. 비욘드 조닝은 지역 특성에 맞춰 주거와 업무, 상업, 여가 등 융복합적 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용도지역체계다.

이에 따라 한양아파트는 용도지역을 기존 제3종일반주거지역(용적률 300%)에서 일반상업지역(용적률 600%)로 상향한다. 대신 단지에 비주거시설과 오피스텔, 외국인 전용 주거 등 다양한 주거유형을 도입한다.

층수는 최고 200m 범위 안에서 63빌딩과 여의도 파크원 건물을 기준으로 U자형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용적률 상한이 300%인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현재 용적률이 252%라 일반분양 물량이 많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면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돼 용적률 600%를 적용받는다. 덕분에 기존 최고 12층, 588세대 아파트가 최고 54층, 1천 세대 가까운 규모의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됐다. 일반분양 물량이 300세대가 넘고 오피스텔도 220세대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양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회도 사업에 적극적이다. 일반분양이 진행될 3년 뒤에는 분양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바라보고 최근 오르고 있는 공사비를 고려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은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에 이은 하이엔드 브랜드 수주전이 성립할 가능성이 커 도시정비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된다.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뿐 아니라 대우건설, DL이앤씨, 삼성물산이 한양아파트에 현수막을 내걸며 관심을 보였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은 삼성물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건설사들은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웠다.
 
여의도 재건축 1호 한양아파트 시공사 찾는다,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격돌

▲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에 현대건설(왼쪽)과 포스코이앤씨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도시정비업계에서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2파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두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5월 초 한양아파트 수주를 기원하는 출정식을 열고 일대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을 두고 하이엔드 브랜드 수주전을 벌일뻔 했다. 현대건설은 방배동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3080세대)를 따냈고 방배삼호아파트12동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수주해 방배동 지역에 디에이치 타운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방배신동아 재건축 조합이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빠졌다. 결국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1월 공사비 3700억 원 규모의 방배신동아에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최초 적용하며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한양아파트를 시작으로 줄줄이 나올 여의도 재건축사업을 선점하려 한다. 윤영준 사장이 상반기 해외사업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조5천억 공사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낸 만큼 하반기에는 주택 전문가로서 도시정비사업에서 솜씨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포스코이앤씨의 도시정비사업 기세 역시 매섭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2조3144억 원을 기록해 2위 현대건설(1조5803억 원)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한성희 사장은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들고 첫 수주경쟁을 치르게 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대표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잡은 현대건설의 디에이치를 꺾고 수주에 성공한다면 서울 도시정비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다.

더욱이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일대에 들어설 초고층건축물 수주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더샵 아일랜드파크와 파크원(높이 318m, 국내 3번째 초고층빌딩) 등 여의도 준공실적도 지니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편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사업성 있는 주요 사업지에 선별 입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여의도 재건축 1호 단지에 디에이치를 세울 수 있도록 최고의 제안을 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원 분담금을 경감시키고 다수의 초고층 시공실적과 해외 설계사를 통한 명품설계로 안전과 프리미엄 주거공간을 모두 제공하겠다”며 “여의도에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