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상표권 사용료 적정성 평가 시험대, '소비재그룹 특성' 시각부터 '오너일가 현금창구' 비판까지
CJ 상표권 사용료 적정성 평가 시험대, '소비재그룹 특성' 시각부터 '오너일가 현금창구' 비판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CJ그룹 상표권 사용료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CJ그룹은 다른 그룹보다 상표권 사용료율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 이를 놓고 소비재 중심 사업 특성상 브랜드 가치가 클 수밖에 없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일 뿐이라는 시선도 있다.하지만 오너일가의 안정적 현금 확보 창구로 쓰인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CJ 상표권 사용료율 주요 지주사 웃돌아, 브랜드 수익 의존도 '절반'10일 CJ그룹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지주사 CJ는 지난해 벌어들인 별도 영업수익의 절반가량을 계열사 상표권 사용료에서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상표권 사용료는 계열사들이 'CJ'와 같은 그룹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주회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로 국내 주요 지주회사들이 공통적으로 운영하는 사업모델이다.2025년 CJ의 별도 영업수익은 2622억 원으로 이 가운데 상표권 사용수익은 13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표권 사용수익이 별도 영업수익의 49.8%를 차지했는데 이는 사실상 지주사 수익의 절반을 브랜드 사업에서 거두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같은 기준으로 각 지주사별 상표권 사용수익의 비중을 살펴보면 LG 39.4%, 롯데지주 36.9%, GS 26.5%, SK 10.2% 등을 보였다.공정위의 2024년 내부거래 분석에서도 CJ의 상표권 사용료는 지주사 매출의 54.8%를 차지해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CJ는 상표권 사용료 산정 방식으로 '(매출-광고선전비)×0.4%'를 적용하고 있다.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LG그룹과 GS그룹, 롯데그룹,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집단은 대부분 '(매출-광고선전비)×0.2%'를 상표권 사용료율로 적용하고 있으며 한화그룹은 0.3%, CJ그룹과 하림그룹은 0.4%를 적용하고 있다. CJ의 사용료율은 주요 대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풀이된다.다만 높은 사용료율 자체가 CJ만의 특징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상표권 사용거래 현황 자료를 보면 삼양홀딩스와 태영(SBS)은 0.5%를 적용하고 있으며 미래에셋과 교보생명, 오케이금융그룹 등은 사업 특성을 반영해 최대 0.552%의 차등요율을 운영하고 있다.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CJ의 상표권 사용료 1306억 원은 SK(3692억 원)와 LG(3490억 원)에는 못 미쳤지만 롯데지주(1252억 원)와 GS(978억 원)는 웃돌았다.◆ 상표권 사용료, 오너일가 배당 재원 역할 하나상표권 사용료는 계열사 실적에 따라 증감할 수 있지만 브랜드를 사용하는 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이라는 점에서 지주회사의 안정적 현금창출원으로 꼽힌다.CJ가 2025년 지급한 현금배당 총액은 약 1108억 원으로 상표권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만으로도 현금배당을 모두 지급하고도 남는 규모다.CJ그룹 직계 오너일가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실장,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이 보유한 CJ 지분은 약 46.7%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들이 지난해 받은 현금배당은 약 518억 원으로 추산된다.상표권 사용료가 배당 재원으로 활용됐다고 가정하면 상표권 사업을 통해 직계 오너일가에게 돌아간 배당은 약 258억 원으로 추정된다. 상표권 사업이 오너일가 배당 재원의 상당 부분을 뒷받침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공정위도 이런 구조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공정위가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한 113개 회사를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회사가 전체 상표권 사용료의 81.8%를 수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공정위가 상표권 거래를 놓고 총수일가와 밀접한 내부거래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하는 것은 이런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다만 상표권 사용료가 오너일가 배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 사익편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주회사가 브랜드를 관리하고 계열사에 사용권을 제공한 대가를 받는 것은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되는 사업모델이기 때문이다.결국 핵심은 브랜드 가치에 상응하는 적정한 대가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데 있다.◆ 상표권 사용료는 어떻게 정하나, 브랜드 가치 평가가 핵심상표권 사용료율은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외부 전문기관의 브랜드 가치평가 결과를 토대로 사용료율을 산정한다고 설명한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기업이나 기업집단 계열사 간 거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를 국제 기준인 이전가격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했다.2025년 CJ의 상표권 사업을 통해 이재현 회장(사진)의 직계 일가에게 돌아간 배당은 약 258억 원으로 추정된다.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특수관계인 거래도 독립기업 간 거래와 동일한 조건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독립기업 원칙'이다. 계열사 사이 거래라고 해서 임의의 가격을 적용할 수 없고 일반 기업끼리 거래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실무에서는 '로열티 면제법'이 대표적으로 활용된다. 해당 브랜드를 직접 보유하지 않았다면 제3자에게 지급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로열티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다.특허청도 브랜드 가치와 예상 로열티를 바탕으로 상표권 가치를 산정하는 평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결국 상표권 사용료의 적정성은 사용료율 자체보다 브랜드 가치와 계열사가 얻는 경제적 편익을 객관적으로 얼마나 반영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꼽힌다.◆ 소비자 브랜드 CJ, 제조업 지주사와 단순 비교 어려워CJ의 상표권 사용료율이 다른 대기업집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단순히 많은 사용료를 받는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LG와 SK, GS처럼 B2B(기업 사이 거래) 사업 비중이 높은 제조 중심 그룹과 달리 CJ는 식품과 문화, 물류, 유통 등 소비자 접점 사업 비중이 높아 브랜드 자체가 사업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실제 CJ 브랜드는 비비고와 올리브영, CGV, 대한통운 등 소비자 접점이 많은 계열사에서 공통으로 활용되고 있다.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인식하는 사업이 많은 만큼 브랜드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도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것이다.학계 연구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특허청이 발간한 '브랜드 가치평가를 위한 조사·평가 연구'는 브랜드 가치가 높을수록 적정 로열티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브랜드 자산 이론을 정립한 데이비드 아커 UC버클리 경영대학 교수와 케빈 레인 켈러 다트머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의 연구에서는 브랜드 자산은 가격 결정력과 소비자 충성도, 수익성 향상은 물론 상표권 가치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CJ의 사용료율이 제조업 중심 그룹보다 높다고 해서 곧바로 과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한 업계 관계자는 'CJ 브랜드는 소비자 인지도가 높고 식품과 문화, 물류 등 다양한 사업에서 공통으로 활용되는 만큼 일반 제조기업 지주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브랜드 가치 평가와 외부 전문기관 검증을 거쳐 사용료율을 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도 브랜드로 돈 벌지만 한국식 상표권 사업과는 구조 달라브랜드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 자체는 해외에서도 일반적이다.다만 한국처럼 지주회사가 그룹 브랜드를 보유하고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구조는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드문 것으로 평가된다.미국과 유럽은 지주회사 아래에서도 개별 계열사가 독자 브랜드를 보유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루이비통과 디올, 펜디 등 브랜드를 각각 운영하고 있으며 알파벳은 구글과 유튜브, 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쉐 등 개별 브랜드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그룹명이 모든 계열사의 공통 브랜드로 사용되는 국내 대기업집단과는 구조적 차이가 있는 셈이다.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료보다 브랜드와 운영 시스템, 노하우를 함께 제공하는 브랜드 로열티 계약이 일반적으로 활용된다.대표적으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힐튼 월드와이드는 호텔 브랜드 사용권을 제공하고 객실 매출의 통상 4~6% 수준의 브랜드 로열티를 받는다. 여기에 예약 시스템 이용료와 마케팅 분담금 등을 추가로 부과하는 자산경량화 사업모델을 운영하고 있다.얌브랜즈도 KFC와 피자헛, 타코벨 등의 브랜드와 운영 시스템을 함께 제공하고 프랜차이즈 로열티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미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브랜드 로열티가 일반적으로 매출의 4~6%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결국 국내외 모두 브랜드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일반적 경영 방식으로 풀이된다.다만 해외는 브랜드와 운영 시스템을 결합한 프랜차이즈·라이선스 계약이 중심이고 국내는 지주회사가 그룹 브랜드를 관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는 차이가 있다.이번 CJ 사례 역시 상표권 사용료 자체보다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수준인지 객관적 산정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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