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쇼핑 듀오 정현석·차우철 처지 갈려, 백화점은 숨 고르지만 마트는 시간에 쫓긴다
-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부사장과 차우철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사장의 표정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두 사람 모두 지난해 말 롯데쇼핑의 핵심인 각 사업부 수장에 새로 부임했는데 앞에 놓인 현실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정 대표가 이끄는 롯데백화점은 실적 반등에 성공한 기세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차 사장이 이끄는 롯데마트는 국내 사업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 수익성 개선과 관련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6일 롯데쇼핑 실적 발표를 보면 지난해 백화점사업부와 마트&슈퍼사업부의 실적에서 희비가 갈렸다.백화점사업부는 2025년 매출 3조2127억 원, 영업이익 491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4년 대비 0.3%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22.5% 증가했다.고마진 상품 비중 확대와 비용 효율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내수 둔화라는 국내 유통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플래그십 점포 중심의 성장 속에서 외국인 관광객 매출 확대 등 외부 환경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이런 흐름은 1년 전과 대비된다. 2024년만 해도 롯데백화점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탓에 '유통 공룡의 성장 한계'라는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콘텐츠 부족과 소비 둔화가 동시에 겹치면서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1년 만에 실적 반전에 성공하면서 정 대표는 부담을 상당 부분 덜었다. 조직 재정비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조정, 점포 재단장 같은 중장기 과제를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안정적 환경에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물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2025년 연간 국내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10위 안에 드는 롯데백화점 점포는 서울 잠실점과 본점 등 2개에 그친다. 신세계백화점은 4곳, 현대백화점은 3곳을 가지고 있는데 '유통 1위'라는 롯데그룹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모습이다.지난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만큼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점포 재단장 등에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반면 차우철 사장의 상황은 훨씬 팍팍하다.롯데마트 앞에 놓인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졌다.마트와 슈퍼사업부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구조적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 전환의 성과'를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국내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치명적이다. 2025년 국내 마트·슈퍼사업에서 기록한 영업손실은 486억 원이다. 해외에서 같은 기간 낸 영업이익 496억 원을 고스란히 까먹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놓고 해외 사업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돌파구를 못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물론 국내 대형마트 산업의 부진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소비 위축과 가격 경쟁 심화, 온라인 채널로의 소비 이동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롯데마트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들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하지만 차 사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장보기(이그로서리) 사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롯데마트는 상반기 부산에 영국의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건설한 대규모 물류센터의 가동에 들어간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한 결실이 처음으로 나오는 셈인데 사실 이 사업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충분한 수요를 확보해 물류 효율을 안정화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적자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얘기다.결국 차 사장은 오프라인 사업의 손익 개선과 온라인 신사업의 안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만 한다. 어느 하나라도 지연될 경우 전체 사업 전략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물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부진한 것이 차 사장의 책임은 아니다. 지난 실적은 차 사장이 수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다만 차 사장이 롯데백화점과 비교해 훨씬 힘든 상황에서 사업부를 이끌게 됐다는 점만은 명확해 보인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경영방침 대전환을 선언하며 반드시 실행해야 할 경영 방침으로 수익성 기반 경영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 사장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기존에 추진하던 '통큰 데이'를 매월 정례화하면서 집객효과와 함께 오카도 운영을 통해 온라인 사업 인프라를 고도화하겠다"며 "해외 사업에서도 리뉴얼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