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거래 '장기 구독형 모델' 닮아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업황 변동성 줄어든다
- 메모리반도체가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핵심 자원으로 거듭나면서 제조사와 고객사가 '구독형 사업모델'과 유사한 공급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고 있다.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변동성을 낮추고 투자 계획 수립에도 예측가능성을 높여 메모리반도체 업황 변동에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27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조사기관 멜리우스리서치의 분석을 인용해 "메모리반도체 수요 강세가 2030년까지 강력한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은 최근 인공지능 시장 성장이 촉발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큰 수혜를 보고 있다.멜리우스리서치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가 곧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예측하며 '인공지능 특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CNBC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빅테크 및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에 장기 공급계약과 관련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전한 데 주목했다.증권사 번스타인은 이와 관련해 "메모리반도체 공급사도 예측가능한 수요 확보를 위해 장기 계약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설비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는 더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을 CNBC에 전했다.반도체 공장 증설 투자를 시작한 뒤 실제 생산에 나서기까지는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이는 그동안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가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반복할 수밖에 없던 원인으로 작용했다.제조사들이 2~3년 뒤의 수요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소 무리한 투자를 벌이다 과잉 생산으로 이어져 업황 악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대형 고객사들과 선제적으로 장기 계약을 맺는다면 수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 투자를 이에 맞춰 조절하며 공급 과잉을 피할 확률이 높아진다.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삼성전자>멜리우스리서치는 결국 메모리반도체와 같은 핵심 자원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구독형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충분한 위치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라 데이터센터 및 슈퍼컴퓨터를 비롯한 인프라에 반도체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급 물량과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유리해졌다는 것이다.다수의 대형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의 메모리반도체를 구독형 서비스처럼 일정 물량을 정해진 가격에 사들인다면 이는 '윈-윈'이 될 수 있다.데이터센터 업체들은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반도체 기업들도 실적 및 투자에 예측가능성을 확보해 업황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멜리우스리서치는 이러한 구독형 사업 모델이 자리잡는다면 마이크론이나 샌디스크 등 주요 공급사 주가가 지금보다 2~3배 수준으로 뛰어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에이전틱 AI와 같은 인공지능 신기술의 등장도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지금보다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인공지능 모델이 사용자의 명령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에이전틱 AI 기술 구동에는 더 많은 연산 능력과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메모리반도체는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소비재와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공급사가 꾸준히 물량을 생산하고 일시적 수요 및 공급 변화에 따라 가격도 큰 폭으로 변동하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이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수 년마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 효과의 핵심 원인이다.그러나 인공지능 시장의 반도체 수요 급증을 계기로 전례 없는 호황기가 찾아온 상황에서 구독형 사업모델과 유사한 장기계약 거래 방식이 늘어난다면 지금의 업황 호조는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멜리우스리서치는 "인공지능 시장이 성장할수록 메모리반도체 수요와 가격도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 기본 시나리오"라며 "현물 거래보다 장기 계약이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