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민주당 경제자문회의 의장 홍성국 "삼성전자 위기는 이를 감싼 사회적 방조 때문"
- 더불어민주당에서 '경제정책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는 홍성국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한국 내수 시장은 15년 동안 성장하지 못했고,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2015년과 동일한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일침을 가했다.홍 의장은 22일 비즈니스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의 원인은 경영실패와 이를 묵인한 사회적 방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또 인공지능(AI) 관련한 경제적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내 정치 혼란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미중 갈등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두 시장 모두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다음은 홍 의장과의 일문일답.-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중국과 갈등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국내는 탄핵 정국으로 기업들이 매우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단순히 트럼프 당선과 탄핵 정국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는 이미 어려웠다. 내수 시장은 성장 못한지 15년 이상 된다. 코로나 이전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고, 현재도 코로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고 물가가 오르며, 금리가 인상돼 가계 소비규모가 줄어 내수 시장은 더 악화하고 있다.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역시 소비를 줄어들게 만드는 원인이다. 빅테크 기업 등장으로 소상공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세상이 되면서 직접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드니 소비도 준다. 이런 것들이 총체적 문제로 작용해왔는데, 정치권에선 그동안 아무런 대책도 내지 않았다. 탄핵에 따라 소비심리는 더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갈등이 고조되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우선 한국은 새우가 아니다. 적어도 돌고래는 된다.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은 모두 중요한 시장이다. 한 쪽에서는 중국을 아예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오판하고 있다. 미국 수출이 늘었지만 자동차와 반도체, 화장품 뿐이다.트럼프의 보호무역은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그 영향은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올해만 어려운 게 아니라 상황은 내년에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원자재 파워를 가진 중국을 끊어내면 한국 경제는 망가진다. 특히 한국 수입의 20%는 중국에서 오고, 서민과 관련한 수입품들이 대다수다. 중국의 일부인 홍콩도 한국 수출의 5~6%를 담당한다.또 동남아시아 시장, 대만 시장은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중국은 현재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만 전체 수출의 45%를 중국이 차지한다. 단순히 공급망 분리 등 중국 시장을 끊어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홍성국 더불어민주당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삼성전자 반도체가 위기에 빠진 것은 경영 실패와 삼성전자를 감싸는 사회적 방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홍 의장은 이재용 회장 등 삼성 경영진이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게 경영 혁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우리나라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의 큰 축인 삼성전자 반도체가 최근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이 뭐라고 보는지.'지난해 한국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2015년과 동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위기의 가장 큰 문제는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해온 삼성전자가 무너지면서 자신감을 상실한 것이다. 과거 반도체 개발은 말도 안되는 얘기였지만, 이를 해냈던 게 삼성전자였다.현재 위기는 경영실패와 사회적 방조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경영진은 경영실패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미 3년 전부터 반도체 위기가 시작됐는데, 언론과 교수들은 침묵하며 핵심을 빗나간 얘기만 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삼성의 경영 실패를 가려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과거 삼성전자를 나온 임원들은 회사를 비판하지 않았지만, 2년 전부터 퇴사한 임원들은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부회장단이 유지되는 등 큰 쇄신이 없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지 않으려는 기업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큰 폭의 인사 쇄신이 없었던 원인일 수 있지만, 삼성전자 회장은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한 리더다. 사법 리스크과 무관하게 경영혁신을 하는 게 기본 책무다. 사법 리스크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본질적 요소는 아니다.'-반도체특별법에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계는 주 52시간제에 대한 예외 적용으로 탄력근무 허용 등을 요청하고 있는데.'반도체특별법은 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법안이다.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그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 이 대표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중국 제조업이 급부상하면서 그동안 우리 산업을 떠받쳤던 석유화학, 철강, 조선, 반도체, IT 등 주력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앞으로 우리 산업은 어디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는가.'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무조건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으로 가고 있는데, 한국은 인프라가 없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포드와 스티브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산업을 바꾸고 있다.민주당도 구체적 지원 방안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곧 관련 세미나도 개최한다. 기업에 대폭 지원을 늘려 AI 산업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많은 것을 고민하고 있지만 탄핵 정국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게 정치적으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이 AI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홍 의장은 KDB대우증권 대표이사 사장,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2020년 세종특별자치시갑에서제21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국회 정무위, 기획재정위 등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더불어민주당의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으로 당 경제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