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재용 1심 선고, 삼성 위기지속과 공격경영 가른다

▲ 삼성그룹의 위기 지속과 공격 경영을 가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심 선고가 다가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일모직-삼성물산의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1심 선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용 회장은 약 5년째 ‘사법 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데, 이번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으면 등기이사 복귀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인수합병(M&A)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죄가 선고되면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에 경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오는 26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린다.

2018년 12월 검찰의 첫 강제수사로 시작된 재판의 중간 결과가 5년 만에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제출된 증거는 2만3천여 개, 증인은 80명에 이른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재용 1심 선고, 삼성 위기지속과 공격경영 가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1심 선고를 일주일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되면서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 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자신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였다고 판단하고, 2020년 9월 기소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23.2%를 보유했다.

또 이 회장은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지시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재판은 이 회장 개인뿐 아니라 삼성전자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뒤 오랫동안 대형 인수합병(M&A)에서 손을 놓고 있는데, 이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재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재판으로 매주 법원에 출석하면서 이 회장이 운신할 수 있는 경영 폭이 제한되고,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 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2023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13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반도체 매출에서는 2년 만에 인텔에 재역전당하며 역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초격차(따라올수 없는 격차)’를 자랑하던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등의 주도권 일부를 경쟁사에 뺏기며 삼성전자 내외부에 위기감이 퍼지기도 했다.

게다가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그 사이에 낀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기민한 대응이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재용 1심 선고, 삼성 위기지속과 공격경영 가른다

▲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의 지분이 많았던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였다고 보고 2020년 9월 기소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 회장이 1심 선고에서 실형을 면한다면 삼성전자 경영기조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오랫동안 멈췄던 대형 인수합병 시계가 다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023년 3분기 말 기준 93조 원으로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하기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인수 후보로는 유럽의 NXP, 인피니온과 같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반도체패키징 기업, 로봇업체 등이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24 현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정학적 이슈와 경기 악화로 인수합병 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게 없지만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 사내이사를 맡으며 등기이사에 올랐으나 2019년 10월 말 임기를 마친 뒤에는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보수도 받지 않고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다.

‘국정논란’ 사태로 2021년 1월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법적으로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못한 시기도 있었지만 2022년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법적 걸림돌은 사라졌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도 등기이사 복귀는 하지 않았는데, 이는 여전히 남은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책임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이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