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일러메이드 매각 급제동 '전화위복', F&F 김창수 싸게 인수할 기회 열리나
- 김창수 F&F 대표이사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사모펀드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센트로이드)는 최근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매각과 관련해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박탈하고 새로운 인수후보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새로운 인수 후보가 제시하는 가격은 기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렇게 되면 김창수 대표가 F&F를 통해 들고 있는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테일러메이드를 예상보다 싼 값에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테일러메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미국 사모펀드 올드톰캐피탈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센트로이드가 추진해온 테일러메이드 매각 작업에 급제동이 걸렸다.올드톰캐피탈이 제시한 인수가는 약 30억 달러(4조4391억 원)다. 이 가격을 놓고 적정 가치보다 비싼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는데 결국 올드톰캐피탈은 자금 증빙을 하지 못하면서 센트로이드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사모펀드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시 올드톰캐피탈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으니 맨 처음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이지 않겠느냐"며 "센트로이드가 올드톰캐피탈의 뒤를 이어 인수를 희망했던 기업들 가운데 한 곳과 접촉한 가능성이 높은 만큼 테일러메이드 인수 가격은 기존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이러한 환경 변화는 김창수 대표 입자에서도 반길 만한 일이다.F&F가 보유한 우선매수권은 제3자가 제시한 조건과 동일한 가격으로 우선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30억 달러라는 기준점이 사라진 만큼 김창수 대표 입장에서는 테일러메이드를 보다 수용 가능한 가격 범위에서 인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F&F의 관계기업투자현황을 살펴보면 김창수 회장의 테일러메이드에 대한 강한 인수 의지를 엿볼 수 있다.F&F는 센트로이드 제7호와 제7-1호 펀드에 각각 57.6%, 41.5% 지분을 출자했다. 사실상 테일러메이드의 핵심 투자자이자 최대 이해관계자 역할을 맡고 있는 구조다.2025년 기준 두 펀드의 장부가액 합계는 7203억 원이다. 지난해 6411억 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8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투자 가치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다.센트로이드 펀드의 핵심 출자자로서 테일러메이드와 깊은 이해관계를 맺고있는 만큼 추가 인수 자금 조달에서도 유리한 환경에 놓였다 볼 수 있다. 기존 투자 지분을 기반으로 추가 인수 자금과 관련한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신규 원매자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시간이 흐를수록 김창수 대표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매각 일정에 쫓기는 센트로이드와 달리 F&F는 인수 시점을 조절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를 울해 안에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반면 F&F는 상황을 지켜보며 인수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센트로이드는 펀드 만기 내 회수를 마쳐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지만 사업 시너지를 노리는 전략적 투자자인 F&F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F&F의 인수 자금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투자금 회수를 통해 추가 자금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테일러메이드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올드톰캐피탈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메이드>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2조1500억 원에 인수할 당시 자금은 선순위 인수금융 1조850억 원, 중순위 메자닌 4715억 원, 후순위 에쿼티 6192억 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F&F는 중순위 1957억 원과 후순위 3580억 원 등 5500억 원 이상을 출자했다. 선순위 인수금융을 제외한 투자금 1조907억 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부담한 셈이다.이에 현재 지분 구조 기준으로 매각 차익의 약 절반이 F&F에 돌아가게 된다. 매각가가 4조 원 수준으로 결정될 경우 센트로이드가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남는 금액은 약 2조9천억 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1조4500억 원을 F&F가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여기에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도 적지 않다.지주사 F&F홀딩스의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969억 원이다. F&F는 3254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 합산하면 약 7200억 원 수준이다. F&F는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역삼 사옥을 1362억5천만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약 1조7천억 원 안팎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다만 F&F가 인수대금을 먼저 납입한 뒤 센트로이드 펀드 청산 과정에서 투자 회수금을 배분받는 구조인 만큼 일시적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 조달 방식으로는 현금 인수금융과 컨소시엄 공동매수 이외에도 총수익스와프(TRS),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의 구조화 금융이 거론된다.TRS는 F&F 주식이나 전환사채(CB)를 기초자산으로 증권사가 자금을 제공하고 수익률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부채비율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RCPS는 우선주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는 대신 상환·전환 조건을 붙여 재무 유연성을 확보하는 구조다.다만 김창수 대표가 무리한 고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올드톰캐피탈 사례처럼 과도한 가격 제시는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우고 거래 성사 자체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김 대표는 올드톰캐피탈이 약 30억 달러의 인수가를 제시했을 당시에도 인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금리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차입을 전제로 한 인수는 재무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F&F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게 되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기준 F&F 매출 비중은 국내 43.9%, 중국 49.7%로 합치면 93.6%에 이른다.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F&F의 가장 큰 강점은 안정적 실적이지만 성장성이 둔화되는 국내와 중국 시장만으로는 저평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인수합병 등 신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거나 기존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