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4월]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고액 출연료', 그 나비효과가 씁쓸한 이유
[데스크리포트 4월]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고액 출연료', 그 나비효과가 씁쓸한 이유
연극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영화관에는 텅 빈 좌석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극장에는 오히려 관객이 모인다.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건수는 2023년 1458건에서 2024년 1496건, 2025년 1836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상연횟수 역시 2023년 3만7896회에서 2025년 4만4234회로 증가했다.장사도 잘 된다. 총 티켓판매액은 2023년 503억 원에서 2024년 600억 원, 2025년 648억 원으로 상승했다.데이터만 보면 연극 배우들이 활동할 무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늘 관객 앞에 설 무대를 찾아 헤매는 연극 배우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정반대다. 이들은 "요즘 설 수 있는 무대가 잘 없다", "우리가 전면에 나설 기회가 무척 적어졌다"고 하소연한다. 왜 그럴까?연극 배우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문제의 원인을 쫓아가다 보면 그 끝에 바로 넷플릭스가 있다.넷플릭스가 국내 배우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놨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한때 일부 톱배우들의 회당 출연료는 회당 4억~8억 원에 책정됐는데 이는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에 출연하는 주연 배우의 평균 회당 출연료보다 최소 3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많은 것이었다.고액 출연료는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콘텐츠 공급의 감소다.국내 주요 콘텐츠 제작사들은 톱배우들의 출연료 급등에 따른 제작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작품 제작 편수를 줄였다.대표적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을 보면 2024년 연간 제작 편수가 18편에 불과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2025년에는 이보다 1편 늘어나는 19편 제작에 그쳤다. 한때 연간 30편 가까이 만들어내던 과거는 먼 옛날 얘기가 됐다.영화도 마찬가지다.5대 투자배급사의 상업영화 기준으로 2019년 45편이던 상업영화 제작 편수는 2024~2025년 연간 15편 안팎으로 줄었다. 최소 100억 원 이상을 들여야 '볼만한 작품'이 나온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다.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위축된 피해는 고스란히 배우들이 보고 있다. 예전에는 1년에 작품을 2~3편씩 꾸준히 찍던 주조연급 배우들이라 할지라도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 현실 앞에서는 시청자들 앞에 설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다.문제는 이들이 잊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연극계의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주로 TV와 스크린 앞에서 연기한 배우들이 최근 2~3년 사이 연극계로 진출하는 횟수는 부쩍 늘었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몸값을 높이고 있는 배우뿐 아니라 전 국민이 모두 아는 배우들까지 모두 연극 문을 두드리고 있다.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이들이 대중 앞에 설 기회를 놓치게 됐으니 연극으로라도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다.과거에 예능 출연을 꺼렸던 배우들이 요즘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퉈 예능에 고정출연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있다.이러한 '얼굴 알려진 배우'들의 귀환이 연극계를 풍성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과거 연극 프로덕션의 대다수는 연극만을 터전으로 하는 극단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프로덕션 10곳 중 8곳가량이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 이들을 중심으로 극을 만들어 올린다고 한다.연극을 낯설고 지루하다고 느꼈던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연극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유명 배우들의 연극계 복귀가 분명 있을 것이다.당장 대학로만 가도 과거에는 무명 배우들이 전면에 나오는 포스터가 가득했다면 요즘에는 누구나 아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연극 포스터가 대부분이다.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사진은 넷플릭스의 2026년 작품 라인업. <넷플릭스>하지만 이들의 귀환은 연극계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유명 배우들이 연극 주조연을 꿰차면서 애초 대학로를 안방삼아 살았던 이른바 '연극쟁이' 배우들은 어느새 뒷방 신세로 밀리고 있다. 십수년을 대학로에서 살았지만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이들은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연극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연극인들이 무대 전면에서 밀려나는 현상의 이면에는 결국 넷플릭스의 영향이 적지 않은 셈이다.연극계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이곳이 대중문화에 신선한 얼굴과 연기력을 공급해 온 비옥한 '못자리'였기 때문이다.봉준호 감독조차 새로운 인물을 찾기 위해 직접 대학로를 뒤졌고 장항준 감독도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지역 극단 배우 13명을 단역으로 캐스팅하며 연극계의 자양분을 활용해 천만 영화를 만들었다.하지만 넷플릭스는 이 못자리에 콘크리트를 붓고 있다. 무명 연극인들이 숨 쉴 틈이 사라진 무대는 더 이상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할 수 없다.이제라도 넷플릭스는 자본의 속도와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 진정으로 K-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바란다면 화려한 꽃에만 물을 줄 것이 아니라 그 꽃을 지탱하는 뿌리가 썩어가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넷플릭스의 스크린이 밝아질수록 대학로의 뒷골목도 함께 밝아지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남희헌 유통&4차산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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