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이란 전쟁은 끝나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이란 전쟁은 끝나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은 이란 전쟁이 터진 뒤 연준이 다시 '공급 충격의 시대'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5년 트럼프의 관세인상 파동에 이어 이란 전쟁이라는 '네 번째 공급 충격'이 몰아치고 있다는 것이다.이란 전쟁은 앞서의 공급 충격 정도가 아니라 1973년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정치·경제적 충격을 세계에 안겨 줄 우려가 크다. 이란 전쟁은 40일간의 전투 뒤 2주간 휴전에 합의했으나 종전은 묘연하다.휴전을 깨려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대공세에다가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한창 진행될 때 만들어진 공급 충격이 휴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완화되지 않고 있다.이란 전쟁은 종전 여부와 상관없이 국제유가를 올해 내내 이전보다 50% 가까이 인상시킬 것이 분명하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한 해 평균 85달러가 되리라 전망했다.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걸프 지역 정유 공장과 원유 생산시설,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수십 곳이 파괴됐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40곳 이상의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이는 사상 최대의 공급 혼란"이라고 밝혔다. 단순 복구 작업만 해도 수년이 걸리고, 총 피해액은 최소 25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카타르의 라스라판 천연액화가스 단지는 세계 최대 규모인데,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시설의 17%가 파괴됐다.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복구 완료는 2030년까지도 걸릴 수 있으며 비용은 약 100억 달러"라고 분석했다.'지속적으로 훼손된 생산능력'이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에너지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틴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중동 정유시설 중 약 3분의 1이 공격으로 손상됐다"며 "복구에는 수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업계 전문가들은 "생산설비가 돌아와도 수출 터미널과 정제시설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시장의 공급 압박은 계속된다"고 분석했다.이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이 일으킨 2차 오일쇼크 이후 최대 공급 충격이다. 오일쇼크는 산유국들이 의도적으로 공급을 조인 것이었으나, 이번 사태는 공급 능력이 원천적으로 훼손된 사태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 클 수 있다.이런 공급 충격 앞에서 미국 등 국제경제의 체력은 크게 약화돼 있다. 앞서의 전후 경기침체는 금융위기라는 공통된 양상을 보여왔다. 지금도 미국 경제는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사모 대출 시장의 부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지난해 10월 제이미 다이먼 제이피모건 최고경영자는 사모 대출 시장에서 "바퀴벌레"들이 숨어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아마 더 있을 것"이라며 사모 대출의 부실이 파산 물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지난 3월2일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린 제이피모건 주최의 한 회의에서 "다음 신용 사이클은 평소보다도 더 혹독할 것"이라며 "자산가격은 매우 높고, 신용스프레이드는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신용 사이클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출을 해주는 모든 사람들이 잘 대처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높은 자산가격과 부채수준, 대출기관들의 안이함 등이 새로운 신용위기를 만들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낸 것이다.사모 대출의 주요 수혜자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부터 부실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수익모델은 인공지능(AI)에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세계경제가 지금처럼 재정적자와 부채를 동시에 안고 위기에 들어선 적이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심각하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고유가와 금융위기 충격을 흡수해줄 정책 여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지난해 전 세계 총부채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방불케 할 속도로 증가해 348조 달러, 즉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배를 넘는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동원할 수 있는 정부는 극히 소수에 그친다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당시에도 재정은 이미 '상시 적자 시대'로 들어서고 있었지만,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평균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수준에 불과했다.반면 지금은 주요국 평균 재정적자가 2배 이상으로 불어나, 주요7개국(G7) 국가의 평균 정부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100% 수준으로 치솟았다.특히 미국이 심각하다. 전쟁 전에 의회예산국은 미국의 예산적자가 올해 1조9천억 달러에 달하고 10년 안에 국내총생산의 6.7%에 달하는 3조1천억 달러로 폭증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향후 10년 동안 예산적자가 국내총생산의 평균 6% 안팎에 이를 것을 의미한다. 예산적자는 국내총생산의 약 3% 정도가 공공부채 안정성 측면에서 수용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그 두배가 되는 셈이다.이란 전쟁이 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국방비를 눈치보지도 않고 흥청망청 쓰려 한다. 이미 2천억 달러의 국방비 증액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중앙은행 역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경기 방어에 나서기 어렵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앙은행은 정부와 함께 "위기 때마다 즉각 유동성을 푸는 동반자"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그 여지가 크게 줄었다.미 연준은 지난 60개월 내내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약 4분의 3, 신흥국의 절반도 물가 목표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유가 쇼크가 성장을 둔화시키더라도,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과거처럼 과감히 완화로 돌아서기 어렵다.글로벌 채권시장은 이미 추가 재정지출에 대해 분명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미국의 10년국채 이자율은 4.5% 내외로 올랐다. 불확실과 위기 때에 미국채는 안전자산을 상징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채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이다. 트럼프가 바라는 금리인하는 물 건너갔고, 오히려 금리인상을 우려해야 하는 때이다.최악은 휴전이 깨지고 전쟁이 다시 시작됐을 때이다. 지금까지는 이 전쟁이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에 그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고착화되거나 격화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면, 그 충격은 휴전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이란 전쟁은 끝나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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