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5-07-10 17: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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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남양유업 이사회 의장(왼쪽)과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이 이끄는 남양유업이 임직원과 주주 환원에 따른 기업 가치 제고를 모색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여러 경영 악재로 영업손실을 지속하던 남양유업이 흑자전환한 뒤 임직원과 주주 보상에 나섰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기업가치 제고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포트폴리오로 가진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남양유업은 9일 정규직 임직원 1546명에게 자사주 1인당 16주(104만 원 상당)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남양유업은 “전 사주 일가의 오너리스크로 초래된 20분기 동안의 연속 적자 끝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루어 낸 임직원들의 인내와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지급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자사주 98억 원 규모 소각 결정도 함께 공시됐다.
남양유업은 “자사주 소각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라며 “상법에 따라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가운데 최대한도까지 소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임직원과 주주를 위한 보상에 나선 것은 남양유업이 전임 회장의 오너리스크에 따른 영업손실을 극복하고 흑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오랜 기간 적자 터널을 지나왔다. 2018년 86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4원 원으로 감소한 뒤 2020년 손실 771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후 2022년 867억 원에서 2023년 715억 원, 2024년 98억 원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됐다.
분기 실적으로 따지면 20분기 연속 적자를 내던 남양유업은 2024년 3분기 마침내 영업이익 5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이후 영업이익은 2024년 4분기 131억 원, 2025년 1분기 8천만 원으로 이어졌다.
실적 개선 성과를 두고 남양유업은 “사업 재편과 원가 절감 등 수익성 극대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책임 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활동, 수익성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 등으로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사업은 그동안 여러 악재를 만나며 휘청거렸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과 2019년 홍원식 전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사건 등이 있었다. 이후 2021년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거짓 홍보를 한 사건으로 홍원식 전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유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연합뉴스>
이때 홍 전 회장은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 전량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이 주식 양도 계약을 무효로 주장하며 한앤컴퍼니와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이 공방은 2024년 1월 한앤컴퍼니가 대법원에서 승소하며 끝났다.
마침내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갖게 된 한앤컴퍼니는 대대적 사업 개편에 나섰다. 우선 전 오너 일가가 추진했던 외식사업을 정리했다. 피자 전문점 ‘피자피아띠’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 철판 요리 전문점 ‘철그릴’ 등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을 철수시켰다.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은 법인을 독립시켰다.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과 리조트 회원권 등 무형자산, 금융자산 등 비핵심 자산도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전문 경영인을 세우고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는 등 경영 개선 노력도 이어졌다.
자사주를 2024년 9월 231억 원, 2025년 1월과 3월 각각 약 200억 원 규모로 소각하며 주식 가치를 제고했고 주식 액면가를 10분의 1로 분할하며 거래를 활성화시켰다.
이 일련의 과정은 한앤컴퍼니가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 기업가치 상승 후 투자자금 회수(EXIT)로 이어지는 사모펀드의 주 목적을 이루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이번 임직원과 주주가치 제고 행보 또한 대외 이미지 쇄신과 실적 개선 의지로, 오너리스크를 극복하고 지배구조를 안정화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남양유업의 이번 결정이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에 주목이 쏠린다.
한앤컴퍼니는 “오너리스크에서 벗어나 남양유업을 빨리 흑자로 전환한 임직원 헌신에 보답하고 주주로서 기업 가치 성장 과실을 공유하고자 자사주 지급을 결정했다”며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동반 성장 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여을 남양유업 이사회 의장·한앤컴퍼니 회장은 9일 열린 ‘극복과 도약, 동반 성장 선포식’에서 “남양유업 구성원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의미 있는 변화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자사주 지급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회사를 함께 만들어갈 동반자로서 신뢰와 책임을 나누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