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7월 상순 기준으로 이례적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날 정례 예보 브리핑을 통해 “다음 주까지 폭염특보 수준의 더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때 이른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력 수요도 함께 오르고 있다.
서울 기온이 섭씨 37.1도로 7월 상순 기준으로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8일에는 전력수요 역시 95.7GW(기가와트)로 역대 7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전력수요는 지난해 8월20일 97.1GW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국무총리 주재 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통해 “8월 2주차에 전력수요는 97.8GW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전력수요가 97.8GW까지 오르더라도 예비력은 8.8GW 정도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사장은 폭염 대비에서 전력 수요 외에 설비 고장같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름철에는 고온에 따른 장치 이상을 비롯해 태풍, 홍수 등 기상변수가 많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현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폭염, 태풍, 대규모 설비 고장 등 어떠한 위기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미리 준비한 위기대응 수단을 적시에 가동해 전력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동철 사장은 오는 9월까지 2만5천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비상근무 체계를 가동하는 등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재산종합상황실에서 전국 15개 지역본부가 참여하는 ‘전력 수급 비상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전은 올해 4월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등 유럽에서 벌어지는 사례 등을 참고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7월 초에 땅속 송전선이 폭염에 달아올라 끊어지면서 대규모 정전을 겪는 등 이상고온에 따른 전력 공급 사고는 세계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8일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김 사장으로서는 이번 폭염 대응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 위기 대응 시험대라는 점에서 더욱 긴장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열린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폭염 대책을 논의했을 정도로 폭염 대응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민석 총리도 취임 뒤 첫 행보가 폭염 취약계층 점검일 정도다.
가뜩이나 새 정부 출범으로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거취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한전 사장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정권 교체 뒤에 임기를 끝까지 마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정치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리다.
한전이 국가적으로 핵심 기간산업을 맡고 있는 데다 공기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 김 사장이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사장의 임기 완주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도 능력을 보여준다면 기용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과거와 다른 사례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양곡법 개정에 반대한 전력에도 유임됐는데 국무회의 현안 보고에서 업무 장악력을 보인 점이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사장은 비상훈련에서 “전력 수급 안정은 한전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100년만의 폭염이 유럽을 강타한 만큼 우리도 여름철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위기감을 갖고 설비 점검과 비상 대응에 최선을 다해 국민이 안심하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