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7-10 14: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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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제공하는 코인 렌딩 서비스가 고위험 구조임에도 명확한 규제가 없어 일반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 렌딩은 담보자산을 놓고 비트코인 등을 빌려서 투자할 수 있게끔 하는 서비스로 금융투자시장에서의 공매도 등 레버리지 투자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 빗썸 등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의 코인 렌딩 서비스가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은 빗썸이 최근 서비스하기 시작한 ‘코인대여(렌딩플러스)’ 페이지. <빗썸 홈페이지>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에는 이를 규율하는 명문화된 제도가 없어 투자자들이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한동안 횡보세를 이어가던 비트코인 가격이 1달 반 만에 최고가를 경신하자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높아진 투자 관심도에 고수익을 노리는 일부 투자자들은 업비트와 빗썸이 제공하는 코인 렌딩 서비스를 주목하고 있다.
업비트가 최근 선보인 ‘코인빌리기’는 담보금으로 원화를 맡기면 담보금의 최대 80%까지 비트코인을 빌려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다.
빗썸은 기존에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엑스알피(리플) 등 다양한 자산 기반 렌딩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최근에는 기존 서비스보다 더 높은 배율의 대여를 지원하는 ‘코인 대여(렌딩플러스)’를 출시했다.
빗썸 ‘코인 대여’는 원화뿐 아니라 가상자산도 담보로 인정한다. 대여 가능 코인도 테더, 비트코인, 이더리움, 엑스알피(리플), 솔라나, 도지코인, 에이다, 수이, 페페, 온도 파이낸스 등으로 폭을 넓혔다.
그러나 이러한 가상자산 렌딩 서비스들은 실질적으로 고위험 투자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시장과 같은 투자자 보호 규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차입공매도나 신용융자 거래에 대해 위험 고지 의무, 공시, 투자자 적격 요건 등 다양한 규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도 고위험 파생거래나 신용공여에 대한 직접적 규정은 없어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금융당국도 인지해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화제가 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렌딩 서비스가 대부업 혹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거래소들은 내부 관리 기준을 마련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갖췄다고 설명한다.
업비트와 빗썸 관계자는 “내부 컴플라이언스와 법률 검토 결과 현행법상 어긋나는 점은 없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빗썸은 렌딩 서비스를 놓고 “제휴 대부업체인 ‘블록투리얼’이 실질적 렌딩을 진행하고 빗썸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살펴볼 때 국내 시장도 단순히 형식상 합법 여부를 넘어 실질적 투자자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 관련 연방 및 주 단위 금융 규제가 적용돼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등을 준수해야 한다. 각 상품은 성격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SEC) 또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는다.
▲ 업비트도 최근 원화를 담보로 비트코인을 빌려 투자할 수 있는 ‘코인빌리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업비트 홈페이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 논의에서 렌딩과 공매도 등 파생거래 규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2단계 법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다음 단계로 가상자산 산업 육성과 시장 전반에 대한 종합적 규제를 목표로 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레버리지 투자 등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현물로만 거래가 가능했던 만큼 앞으로 관련 규제를 명확하게 하는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거래를 허용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유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의 질문에 “레버리지 투자를 지나치게 막을 필요는 없지만 소비자보호, 불공정거래 관점에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정한 규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명확한 법적근거가 없으면 규제공백이 발생하거나 오히려 행정지도 형식으로 규제가 과도해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거래의 위험성에 비춰볼 때 강화된 차액결제거래(CFD) 규제 등과 같은 투자가능 투자자자 범위 제한, 제한종목 설정 등의 조치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6월11일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 발의된 뒤 법안에 포함된 신용공여 조항 등을 근거로 코인 렌딩 서비스가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발의 당시와 시장상황이 달라진 만큼 입법과정에서 신용공여 범위, 코인렌딩 관련 영업행위 규제 범위 등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