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상법개정을 통해 자본시장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에 국회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라는 강수를 또 들고 나왔다.
크게 오른 지주사 주가가 또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민주당이 자사주 의무소각을 추진함에 따라 롯데지주 등 지주사가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개정안을 전날 대표 발의했다.
임직원 보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자사주 보유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반드시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의결권은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함으로써 지배력 남용을 방지한다.
이재명 대통령을 필두로 더불어민주당 측은 기업들의 자사주 관행을 문제 삼아 왔다.
본래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줬어야 할 이익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해놓고, 정작 소각하지 않은 채 보유하는 것은 기만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이 자사주 교환, 자사주를 담보로 한 사채 발행, 분할을 통한 자사주 의결권 부활 등 여러 ‘꼼수’들을 부리며 주주들의 권익을 해치고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 법안의 원문은 아직 올라와있지 않아 이미 보유한 자사주까지 소각하게 할 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김 의원은 기보유 자사주도 의무적인 소각 대상이라고 과거 언급한 적이 있다.
파격적인 법안이 등장하면서 투자와 관련한 증권가의 조언도 새롭게 나오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보유 비중 뿐 아니라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 여부까지 고려해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보유 자사주도 의무소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이재명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이미 지주사 주가는 크게 오른 상황이다.
예를 들어 주요 지주사들을 담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지주회사’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4월9일 1년 내 최저가인 8844원을 기록했다가 현재 1만5천 원대까지 급등했다.
그럼에도 새 법안이 예고됐다는 점에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현재 높으며 특히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가 탄탄한 지주사들은 향후 추가적인 상승동력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자사주 보유 비중이 10%를 넘기는 지주사 종목은 롯데지주(33%), 티와이홀딩스(30%), SK(25%), 두산(18%), HDC(17%), LS(15%), 하림지주(13%), 삼양홀딩스(13%), DN오토모티브(12%), HD현대(11%)가 있다.
이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율이 40% 이상을 넘는 종목은 DN오토모티브(58.9%), 두산(44.7%), 삼양홀딩스(43.9%), 티와이홀딩스(40.2%), HDC(40%)다.
이들은 이미 경영권 방어가 일정 수준 확보됐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에 더욱 적극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HDC는 부채비율이 13.3%로 낮으며, 850억 원의 순현금흐름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LS(19.8%)와 삼양홀딩스(21.4%)도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