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세제지원을 언급한 지 나흘 만에 정부가 법인세 인하가 뜻대로 안 됐다며 여야 합의를 무력화하는 모양새가 됐다.
▲ 정부가 반도체투자 세액공제율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업 세제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중추 산업으로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안보, 생존과 직결된 전략자산"이라면서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전략기술(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의 당기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기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올라간다.
정부는 이전 3년 평균 투자액과 비교해 2023년 투자액 증가분에는 국가전략기술 여부와 관계없이 10%의 추가 공제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추가 공제를 더하면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일반 투자와 신성장·원천기술투자에 2023년 한시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도 다시 도입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설비투자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법인세와 같은 항목에서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1982년 도입된 뒤 경제 상황에 따라 도입과 폐지를 거듭하다가 2011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일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2%포인트씩 오른다. 신성장·원천기술 투자공제율은 대기업은 6%포인트, 중견기업은 5%포인트, 중소기업은 6%포인트 오른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2023년 1월1일 투자분부터 소급적용할 수 있게끔 입법을 추진한다. 관련 법 개정안을 1월 안으로 마련해 최대한 빨리 통과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이번 세액공제율 상향은 2022년 12월22일 이뤄진 여야 합의에 어긋난다. 당시 여야는 대기업 기준 세액공제율 8%에 합의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야당과 합의를 깨고 법 개정을 재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3%포인트 내리는 방안을 국회에 가져갔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1%포인트(인하)에 그쳤다”며 “법인세에서 의도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여야 합의에 불만을 드러내며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2월30일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