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업계의 ‘탈대만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석이 제기됐다. 탈대만화란 생산시설을 대만 외 미국 등 해외국가로 옮기려는 현상을 말한다.

대만 리차이왕 신문은 29일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탈대만화 현상에 비용상승 등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며 "크게 4가지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매체 "TSMC 포함 반도체산업 '탈대만화'에 4가지 장점 있어"

▲ 반도체 탈대만화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만매체에서 나왔다. 사진은 대만 신주시에 위치한 TSMC 본사건물.


미국정부는 최근 반도체를 두고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며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이에 따라 TSMC 등 대만 기업에도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TSMC는 현재 주력 5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애리조나 주에 짓고 있다. 추후 첨단 3나노 반도체 공장도 미국에 짓는다.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만큼 반도체 패키징업체 등 관련업체들도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동력 등 제반 비용이 훨씬 비싼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최근 “우리가 지난 25년 동안 미국 오레곤 주에서 운영한 8인치 웨이퍼 공장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만 현지보다 미국에서 생산할 때 비용이 50% 정도 상승한다”며 “오레곤에 공장을 짓기로 한 건 너무 순진한 결정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TSMC는 오레곤 주 공장의 규모를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있다.

또 탈대만화로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TSMC는 미국 외에 일본에서도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독일 등 유럽에서도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리차이왕 신문은 탈대만화에 따른 걱정들을 불식시킬 만한 장점으로 크게 4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로 지정학 리스크 감소다.

리차이왕 신문은 “신냉전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며 “오히려 해외에서 반도체를 생산함으로써 공급망을 분산하고 현지에서 반도체를 구매하기 원하는 고객사들의 요구에 맞춰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두 번째는 외국의 반도체 기술을 학습할 기회이다.

일례로 일본의 반도체 제조능력은 뒤떨어지는 편이지만 재료 부문에선 강점이 두드러진다. 이에 TSMC는 이미 일본정부와 손잡고 일본 이바라키현에 3차원집적회로 연구시설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또 일본기업 소니와 덴소 등과도 합작해 일본 쿠마모토현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TSMC가 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도 이와 비슷한 공동연구를 통해 현지 기술을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세 번째로 대만 섬 내부의 자원 여유 확보이다. 반도체산업은 자원이 많이 소모되는 대표적인 ‘자원집약적’산업이다.

대만매체 신신원의 ‘대만 기업별 전력소모량보고서’에 따르면 TSMC는 2028년에 이르러 전체 대만 전력의 13%를 소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자원도 하루 42만 톤을 소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40만 인구에게 필요한 양에 해당한다.
 
대만매체 "TSMC 포함 반도체산업 '탈대만화'에 4가지 장점 있어"

▲ TSMC의 대만 내 자원소모량을 나타낸 그래프. 파란색이 수자원, 노란색이 전기 사용량이다. 둘 모두 2028년까지 가파르게 늘어 '자원먹는 하마' TSMC의 덩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 대만 신신원 >


이 때문에 대만 내에서는 ‘자원먹는 하마’ TSMC에 대한 성토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심지어 2021년 가뭄으로 대만 내 물부족이 극심할 때에도 대만정부는 TSMC 공장에 용수를 우선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TSMC 공장 일부가 해외로 옮겨간다면 이런 자원에 여유분이 생겨나 다른 산업과 기업의 필요분을 메울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해외인재 유입을 들 수 있다. 지금껏 TSMC는 글로벌 산업에서 차지하는 몸집에 비해 해외인재 비중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현대 산업에서 해외인재의 중요도를 생각해봤을 때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TSMC가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생산거점을 마련한다면 자연히 경쟁력 있는 현지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다.

리차이왕은 “TSMC가 비용 등의 고민거리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결정을 한 데에는 그만큼의 충분한 숙고가 있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