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D를 시작으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문을 잇따라 두드리는 가운데 이들이 한국시장에서 파격적 가격정책을 펼치며 침체된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판매 1위 BYD를 시작으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문을 잇따라 두드린다.
다만 한국 자동차 시장은 경기침체 속 올해 11년 만에 최악 침체기 겪고있는 데다, 국내 소비자의 중국 전기차 인식도 좋지 않아 도입 초기 시장 반응은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최대 무기인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에서 파격적 가격으로 판매 몰이에 나선다면, 이들이 침체된 한국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 '대형 메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BYD(비야디)는 이달 중 국내 전기차 시장 첫 진출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 자동차 유통기업인 하모니오토그룹은 지난 6월 한국 현지 법인 '하모니오토서비스코리아'를 설립한 뒤, 최근 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 등에서 영업과 판매, 사후관리(AS) 등 분야를 두루 거친 황대갑 공동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BYD코리아는 이달 중 한국에 출시할 차종을 공개하고 서울 강서구 1호 전시장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BYD코리아는 오는 18일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BYD 본사로 국내 미디어를 초청해 BYD그룹의 제품과 기술력을 소개하는 등 브랜드 마케팅도 본격화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BYD의 전국 판매 딜러사 선정이 마무리되는 등 한국 진출을 위한 준비는 다 끝났다"며 "11월에는 국내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BYD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 진출 시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추후 결정되면 알려주겠다"며 말을 아꼈다.
국내 출시 차종은 중형 전기 세단 '실'과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등이 유력하다.
이 중 실과 아토3는 현재 국내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인증을 받고 있다.
스텔란티스와 중국 립모터가 각각 51%, 49%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합작사 립모터인터내셔널도 본격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최근엔 스텔란티스코리아와 한국 딜러사 관계자들이 중국을 방문해 시승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립모터인터내셔널은 보급형 소형 전기차 'T03'을 보유하고 있다. T03은 유럽에서 약 2870만 원, 중국에서 약 1680만 원 수준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딜러사 대표들과 중국에서 직접 차량을 보고 왔고, 현재 시장을 연구하고 있다"며 "한국 전기차 시장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면서 진출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중국 지리그룹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커 인터내셔널은 올 하반기부터 2026년 신차 판매를 목표로 한국에서 조직 구축과 딜러사 선정 준비에 들어갔다. 최근 BMW코리아 상품매니저와 폴스타코리아 프리세일즈 총괄을 지낸 김남호 대표를 영입했다.
주력모델인 지커 준대형 왜건 전기차 '001'의 중국 판매 가격은 30만 위안(약 58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중국 내수 전기차 시장은 신차 판매 비중이 2022년 25%, 지난해 30%를 넘어서며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판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으로 미국 수출길이 막힌 데다, 최근엔 유럽도 중국 전기차에 최고 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 길이 막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 진출을 더욱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는 국산 브랜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KG모빌리티 등 3개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까지만 3개의 중국 브랜드가 한국 전기차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 BYD의 소형 전기차 '아토3'. < BYD 홈페이지 캡처 > |
업계에선 중국산 전기차의 한국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부담에 국내 누적 신차 등록대수는 올해 3분기 누적으로 120만9154대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신차 판매 대수도 2013년 만에 가장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중국 전기차를 향한 한국 소비자 인식이 곱지 않은 점도 구매 장벽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서치 전문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전기차 신차 구입 뒤 3년이 지나지 않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2022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8.8%가 아무리 저렴해도 중국산 전기승용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구입의사가 있는 61.2% 가운데 절반(49.7%)은 중국산 전기차 가격이 국산 전기차 가격의 50~60%이면, 39.7%는 70~80% 수준이면 구매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최근 중국산 테슬라 모델Y, 모델3,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등 중국에서 제작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모델이 증가하면서 중국 전기차에 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경향도 관측된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올해 전기차 구입 의향자를 대상으로 3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기아 전기차와 품질, 성능, 기능, 디자인이 모두 동일하다면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BYD 전기차를 얼마에 구매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설문에서 현대차·기아의 78% 수준 가격이면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놓고 컨슈머인사이트는 "앞선 조사 결과에 비하면 중국차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었다"며 "급변하는 전기차에 관한 소비자 태도를 시의적절하게 측정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을 거듭하며 얼어붙은 가운데도 기아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 등 기존 모델보다 낮은 가격에 최근 출시된 전기차들은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만큼 중국 브랜드가 전기차를 국내 파격적 가격으로 출시하면 시장에 큰 파란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먼저 한국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BYD의 아토3는 중국 현지에서 시작 가격 11만9800위안(약 23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동급인 기아 EV3 시작 가격 3995만 원의 절반(57.6%) 수준이다. BYD의 소형 해치백 돌핀의 중국 판매 시작 가격은 2천만 원을 넘지 않는다.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1995년 애초에 배터리 업체로 출발한 BYD는 배터리를 자체 제작하는 만큼 전기차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BYD가 한국에 출시할 것으로 보이는 실과 돌핀 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이 입증된 모델로, 판매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보다 500만~1천만 원 정도 저렴하면 판매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 인식은 BYD도 알고 있고, 가격 조건이 맞춰진다면 내년 상반기 상당한 판매실적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