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11-04 17: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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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유사들이 수익 다각화 일환으로 추진한 석유화학 사업 성과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유분 생산설비 과잉과 납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은 원가와 판가 측면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당분간 업황 반등 여부가 불투명해 설비 구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정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국내 정유사들이 수익 다각화의 일환으로 대규모로 투자한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GS칼텍스의 여수 석유화학 설비인 MFC 전경. < GS칼텍스 >
4일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사들의 3분기 석유화학 사업 실적이 일제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화학사업 영업손실 144억 원을 냈다. 폴리머(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방향족(파라제일렌, 벤젠) 등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낮아지고 원료인 납사의 재고효과 등이 원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3분기 석유화학 사업에서 영업손실 718억 원을 거두며 적자로 전환했다. 회사 측은 중국의 경기부진으로 방향족(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스프레드가 약세를 보이고, 역내 정기보수 종료에 따라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석유화학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 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0% 줄어든 실적을 냈다. 또 아직 실적 발표 전인 GS칼텍스도 3분기 주력제품인 파라자일렌, 벤젠 등 방향족과 올레핀 스프레드가 2분기 대비 하락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2020년대 들어 국내 정유사들은 줄지어 대규모 석유화학설비 투자를 마치며 양산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규모 설비투자와 해외 덤핑이 이어지면서 구조적 장기 불황에 직면했다.
GS칼텍스는 2021년 7월 여수산단에 MFC(Mixed Feed Cracker)를 가동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조7천 억 원을 들인,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설비투자 건이었다. 여수 MFC는 연간 에틸렌 75만톤, 폴리에틸렌 5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3조4천억 원을 투자해 롯데케미칼과 함께 대산 공장 부지에 중질유 분해 복합설비(HPC)를 조성해 2021년부터 가동했다.
연간 폴리에틸렌 85만 톤, 폴리프로필렌 5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이지만 올해 상반기 말 HD현대오일뱅크의 모노머(단량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가동률은 61%, 폴리머(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가동률은 40%로 낮아졌다.
▲ 에쓰오일은 2026년 기계적 완공을 목표로 울산에 대규모 석유화학설비를 구축하는 샤힌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올해 10월 말 기준 설비 공정률은 42%다. 사진은 샤힌프로젝트 공사가 진행 중인 부지 전경. <에쓰오일>
특히 에쓰오일은 2026년까지 울산에 총 9조2580억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석유화학설비 구축 사업인 ‘샤힌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구조적 석유화학 불황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샤힌프로젝트는 연간 에틸렌 58만 톤, 프로필렌 77만 톤, 부타디엔 20만 톤, 벤젠 28만 톤,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88만 톤,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44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회사는 투자자금 소요를 영업현금흐름을 통한 내부조달로 71%. 은행차입·회사채·최대주주대여 등을 통한 외부조달로 29% 조달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정유 부문과 기존 석유화학 부문 실적부진으로 영업현금흐름이 악화해 이같은 자금 조달 계획을 예정대로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쓰오일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조세·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경우 올해 1~3분기 45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534억 원과 비교해 70.5% 줄었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정유 부문 실적 부진으로 영업을 통한 자체 조달 현금 규모가 축소된다면, 샤힌프로젝트 관련 외부차입 규모가 기존 계획보다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또 주요 올레핀 제품의 업황 부진 장기화로 신규 설비의 2026년 상업가동 이후 투자 성과 변동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 설비 과잉 현상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서 2029년까지 예정된 글로벌 에틸렌 설비 증설량만 총 4400만 톤에 달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에틸렌 생산능력 1280만 톤의 3배가 넘는 설비가 추가로 증설되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자국 내 석유화학 설비 증설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검토 대상은 총 373만 톤 규모의 설비투자에 그친다.
앞서 중국의 자급자족 기조에 따른 설비 확대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는 에틸렌 연간 4천만 톤, 프로필렌 3천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