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연일 금융지주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연말 연초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곳이 있다. 바로 KB금융지주다.
 
KB금융 올해 연말인사도 '안정'에 무게, '포스트 윤종규'는 관전 포인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세 번째 임기 마지막 연말 계열사 대표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윤 회장이 7월1일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2022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진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KB금융지주 >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각각 끝나 회장 연임과 맞물려 연말 인사 변수가 예년보다 더욱 많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은 내년 2월 인사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3월 함영주 회장 취임 뒤 첫 계열사 대표 인사라는 점에서 함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어 금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KB금융은 내년 11월까지는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이어지며 안정적 리더십이 예고돼 있어 이번 연말 인사 관련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KB금융 연말 인사의 의미가 적은 것은 아니다. 이번 인사는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마지막 연말 정기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12월 말 KB증권, 푸르덴셜생명,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인베스트먼트, KB신용정보, KB데이터시스템 등 10명의 계열사 대표 임기가 끝난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9명, 하나금융은 5명의 계열사 대표가 내년 3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임기를 마친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계열사 대표 인사가 가장 크게 날 수 있는 상황이 KB금융에 있는 셈이지만 그동안 윤종규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볼 때 이번 인사 역시 또 다시 안정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에 올라 지난해까지 8번의 연말 인사를 시행하는 동안 대부분 대표 교체를 최소화하며 안정적 인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계열사가 많아 매년 계열사 대표 절반 이상이 교체 대상에 오른다. KB금융지주는 현재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13곳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대표는 처음에만 2년의 임기를 받고 이후 연임 때는 임기가 매년 1년씩 연장된다.

지난해 연말 인사만 보더라도 계열사 대표 교체 대상 9명 가운데 KB국민은행장, KB국민카드 대표, KB생명보험 대표, KB저축은행 대표 등 4명을 바꿨는데 이 가운데 허인 전 KB국민은행장,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를 지주 부회장으로 올리며 리더십의 연속성을 이어갔다.

더군다나 이번 인사는 윤 회장의 세 번째 임기 마지막 연말 인사로 사실상 포스트 윤종규시대를 준비하는 인사로 여겨진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임기가 윤 회장의 마지막 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4대 금융지주는 각 그룹의 내부규정에서 만 70세를 회장 임기 상한으로 두고 있는데 윤 회장은 1955년 태어나 내년 다시 한번 연임을 하면 3년 임기 중 만 70세를 넘게 된다.
 
윤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판을 크게 흔들 경우 다음 리더십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안정적 방향으로 인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주요 사항을 놓고는 과감한 결단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후계구도 체계에 변화가 생길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꼽힌다.

KB금융은 2021년 말 인사에서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을 승진시키며 2020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에 오른 양종희 부회장과 함께 부회장 3인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후계 경쟁구도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인사에서 기존 부회장단에 변화가 생기거나 새로운 인물이 부회장단에 오르면 향후 후계경쟁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3명의 부회장과 함께 KB금융지주 4개 비즈니스그룹 가운데 하나를 이끌고 있는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새롭게 부회장단에 합류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KB금융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4개 비즈니스그룹으로 사업부문 체계를 개편했는데 현재 허인 부회장이 개인고객부문·자산관리(WM)/연금부문·중소고객기업고객(SME)부문, 이동철 부회장이 글로벌·보험부문, 양종희 부회장이 디지털·IT부문, 박정림 사장이 자본시장·CIB(기업투자금융)부문을 각각 맡고 있다.

하지만 박정림 사장이 과거 KB증권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은 인사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1월 출범하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 법인인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에 누가 오를지도 관심사다.

금융업계에서는 임기가 남은 이환주 KB생명 대표가 단독대표를 맡을 가능성과 이환주 대표가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을 가능성 등이 나오고 있다.

KB금융 인사에서 항상 큰 관심을 받았던 KB증권 대표 인사도 여전히 관심사다.

KB증권은 현재 박정림 김성현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2명 모두 2019년 1월부터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KB금융은 매년 12월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각 계열사 대표 인사를 결정했다. 올해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12월 중순 이후 계열사 대표 인사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11월24일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계열사 대표 후보자군을 논의한 뒤 12월16일 회의에서 각 계열사 대표를 확정했다.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는 KB금융 이사회 내 다른 위원회와 달리 상대적으로 사내이사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띄고 있다.

KB금융 이사회 내 상설위원회는 모두 7곳인데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사내이사 없이 전원 사외이사로 위원회가 운영된다.

더군다나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는 윤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 가운데 윤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은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가 유일하다.

KB금융 관계자는 “연말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가 언제 열릴지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며 “계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전체 5명 위원 가운데 3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