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농협금융을 이끌게 되면서 세대교체 흐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손 내정자는 디지털금융에 강점이 있는 만큼 금융부문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추진하는 범농협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손병환의 NH농협금융 젊어진다, 이성희와 '디지털 한 뜻'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되면서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NH농협금융지주가 가장 먼저 세대교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5대 금융지주의 현직 은행장들을 살펴보면 모두 1960년대에 태어났다.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손 내정자를 제외하면 모두 1950년대 출생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1952년 태어나 나이가 가장 많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1955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1957년 순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959년 태어났다.

손 내정자는 1962년 출생으로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전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인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과도 5살 차이가 난다.

손 내정자의 임기는 2022년 말까지다. 그사이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조직 전반에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회장이 젊어지면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 회장보다 젊은 내부출신 회장의 발탁은 인사적체 해소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손 내정자의 선임은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겠다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의지로도 읽힌다.

주로 고위직 관료출신을 영입했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처음으로 내부승진을 통해 손 내정자가 올라간 데는 범농협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이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 회장은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으로 지내던 시절 농협중앙회 기획조정실에서 일했던 손 내정자를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손 내정자가 금융지주 회장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도 디지털 전문가로서 그동안 보인 강점과 성과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내정자는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국내 금융권에서 디지털금융 1세대로 꼽힌다.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시절 국내 은행 최초로 오픈뱅킹의 기반이 되는 오픈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를 도입해 NH농협은행의 디지털금융 혁신을 이끌었다.

오픈API는 은행의 정보를 누구든 프로그램 개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프로그래밍 명령어 묶음을 말한다. 하나의 스마트폰 앱으로 모든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있는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손 내정자는 올해 3월 NH농협은행장에 선임된 뒤 데이터사업부, 인공지능 전담조직 등을 신설하면서 은행의 디지털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NH농협은행장 취임사에서도 “임기 동안 농업인과 고객, 국민 그리고 직원 여러분과 함께 성장하는 디지털 휴먼뱅크를 구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손 내정자는 핀테크 및 정보통신(IT)업체와 제휴 등을 통해 금융시장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손 내정자는 핀테크와 빅테크 등의 금융업 진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카카오 네이버 등 기술업체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해왔다. NH농협은행장으로 일하면서 통신과 e커머스 등과 제휴에 공을 들였다.

손 내정자는 해외진출 후발주자로 꼽히는 NH농협금융지주의 글로벌사업 확대에도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손 내정자는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 겸 NH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역임하고 농협의 해외사업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농협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장도 거치는 등 농협의 해외진출 전략에 이해도가 높다.

손 내정자는 NH농협은행장에 선임될 때에도 디지털 전환과 해외진출 확대를 두 축으로 하는 NH농협금융지주의 경영전략에 걸맞는 인물로 여겨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