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난민을 향한 관심과 연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유엔이 제정한 기념일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최근 몇 달을 '난민의 날'로 보내고 있다. 제주도로 갑자기 몰려든 난민 문제가 도정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도는 예멘 난민 500여 명에게 인도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지만 제주도민들은 치안과 일자리를 이유로 우려하고 있다.
20일 제주도와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1일까지 예멘 난민 5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난민 신청자들은 제주도 내 심사인력 및 통역자원 부족 등으로 심사가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법무부에 속한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 담당 직원은 1명인데 다른 직원들이 돕고 있다고 알려졌다.
원 지사는 선거 뒤 14일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난민 문제를 긴급 현안으로 상정했다. 그는 14일부터 30일까지 6기 제주도지사 직무를 수행한 뒤 7월1일부터 민선 7기 제주도지사 임기를 시작한다.
원 지사는 18일 주간정책회의에서 “국가적으로 처음 본격 맞이한 국제 난민 문제를 놓고 제주도가 깔끔하고 후유증 없이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사례를 만들자”며 “도민사회 갈등 해소와 집단 불편 해소에 최우선을 두고 실질적 방안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데 초점을 둠으로써 ‘도민과 함께 도정이 간다’라는 점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제주도민들은 난민이 달갑지 않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도민들은 예멘 난민 90%가 20대 남성으로 제주도민의 일자리를 빼앗을 위험과 범죄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의 난민 수용을 거부한다’는 청원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난민 모두에게 다달이 138만 원을 지원한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원 지사는 지역주민과 공생을 위해 난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난민이 생계가 어려운 노숙자로 전락하지 않는 것이 지역을 위한 길이라고 본 셈이다.
제주도는 원 지사의 지원·관리 지시에 따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난민들은 원래 난민 신청일 6개월 이후부터 취업이 가능하지만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예멘 난민 신청자를 대상으로 취업 설명회를 열고 300여 명의 취업허가를 내렸다. 이들은 내국인과 일자리가 겹치지 않는 선에서 어선 선원과 양식장, 요식업분야에서 근로자로 일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등과 협력하는 한편 별도로 취업 문제를 지원한다. 또 난민 신청자들에게 자원봉사단체를 통한 인도적 지원 활동 및 숙소를 제공하고 수술과 입원 등을 위한 의료비도 지원한다.
원 지사는 “예멘 난민은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다”며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애쓰고 있다.
정부는 6월1일자로 예멘을 무사증 불허국으로 지정했다. 무사증 불허국은 비자가 없으면 입국을 할 수 없는 나라라는 뜻이다.
예멘에서는 2015년 3월부터 후티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이 지속돼 200만 명이 난민 처지에 몰렸고 일부는 말레이시아로 도피했는데 이 가운데 500여 명이 제주도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