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이 올리고핵산 치료제 원료의약품(API)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의 위탁생산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상황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대량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가 필요한 신약의 미국 시판허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이사.

▲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이사.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인클리시란’ 미국 시판허가 지연이 에스티팜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위탁생산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일 노바티스에 인클리시란과 관련해 최종 보완 요구 공문을 보내며 시판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인클리시란은 1년에 주사치료를 2번만 하면 돼 1달에 1~2회 투여가 필요한 기존 치료제보다 투약의 편의성이 높고 부작용 발생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 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허가 심사에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올리고핵산 치료제의 원료로 희귀질환 치료제에만 활용되다가 최근 만성질환 치료제로 개발되면서 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

그럼에도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업체는 세계에서 에스티팜을 포함해 일본 기업 니토덴코아베시아(연간 생산능력 1.4톤), 미국 기업 애질런트테크놀로지(1톤) 등 단 3곳뿐이고 애질런트테크놀로지와 에스티팜의 증설 규모를 더해도 연간 생산규모는 6톤을 넘지 못한다.

연매출 2조 원가량을 올리는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의 척추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에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가 1년에 3kg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클리시란 생산에는 연간 6~10톤 가량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돼 에스티팜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허가 지연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대부분 인클리시란의 시판허가를 시간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시판허가를 하지 않은 것은 인클리시란의 안전성이나 치료효능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식품의약국이 인클리시란의 유럽 내 제조시설을 실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보완조치만 이뤄지면 인클리시란이 빠르면 3개월 안에 허가절차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이미 11일에 인클리시란 시판허가를 받은 만큼 치료효능과 안전성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인클리시란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 “2022년 상반기까지 이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활용한 치료제의 임상시험이나 공정연구 등의 물량으로 생산설비 가동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인클리시란 시판허가가 지연되더라도 에스티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의 수요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7일에 전환사채를 발행해 1100억 원을 모집하고 이 가운데 900억 원을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시설과 전령RNA(mRNA)를 기반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와 백신의 위탁개발생산 설비 증설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에스티팜은 이에 앞서 올해 8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반월 공장 3,4층 공간에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추가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증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설비 증설작업이 완료되면 현재 연간 800kg인 에스티팜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능력은 2톤 이상으로 확대된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12월에 전환사채로 모은 자금으로 마련할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설비를 어디에 세울지, 어느 정도의 생산규모를 갖추게 될 지 등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