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QR코드 간편결제시장 진출을 주저하고 있다. 

정부의 간편결제 지원정책에도 QR코드 간편결제시장의 성장속도가 느린 데다 업황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할 여력도 없어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카드사가 정부에서 미는 QR코드 간편결제에 소극적인 이유

▲ 롯데카드와 비씨카드, 신한카드가 1월 공동으로 QR코드를 이용한 간편결제를 내놓은 뒤 다른 카드사들의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비씨카드를 이용한 QR코드 간편결제.< 비씨카드 >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QR코드 간편결제 도입에 소극적이다.

롯데카드와 비씨카드, 신한카드가 1월 공동으로 QR코드를 이용한 간편결제를 내놓은 뒤 다른 카드사들의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롯데카드, 비씨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등 6개 카드사가 공동 QR결제 시스템을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출시된 QR코드 간편결제에는 롯데카드, 비씨카드, 신한카드 등 3개 카드사만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간편결제 지원정책과 중국의 알리페이 등의 사례를 보며 QR코드를 이용한 간편결제가 급성장해 신용카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카드와 비씨카드, 신한카드 등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QR코드를 이용한 간편결제 시스템을 내놨지만 아직까지는 QR코드 간편결제 이용률은 예상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QR코드 간편결제를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용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업 카드사 8개 가운데 시장 점유율이 가장 낮아 QR코드 결제를 두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비씨카드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수치를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올해 말까지는 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QR코드 간편결제시장은 중국 등 해외 사례와 달리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R코드 간편결제를 적용한 제로페이는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기준으로 결제 실적이 카드 결제건수의 0.000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QR코드를 도입한 카카오페이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서비스 시작 6개월만에 가맹점 19만 개를 확보하는 외형적 성장은 이뤄냈다.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카드나 신용카드 리더기를 이용하는 삼성페이가 더 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금을 미리 충전해야 사용 가능한 점도 카카오페이의 단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QR코드 간편결제시장의 성장이 느린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의 결제습관을 꼽는다. 

‘빨리빨리’가 몸에 밴 한국인들이 매력을 느끼기에는 결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QR코드 간편결제는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판매자들의 스마트폰 이용 숙련도에 따라 적게는 2분, 많게는 6~7분의 시간이 필요한 반면 신용카드는 결제까지 30초면 충분하다. 

중장년층이 QR코드 간편결제를 어렵게 느낀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결제 수단의 선택은 습관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소비자는 물론 판매자도 중장년층이 많은 상황에서 실물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익숙한 이들의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카드사는 당분간 QR코드 간편결제시장에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 등으로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가 성장세가 더딘 QR코드 결제망 구축과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황을 감안하면 신용카드 도입 초기처럼 비용을 많이 들여 가맹점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용카드 시스템 구축이 10년에 걸쳐 이뤄진 만큼 QR코드 결제방식이 자리잡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