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50조 투자'에 담아야 할 롯데 갑횡포 해결책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3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구치소에 갇혀 있는 동안 그에게 ‘사회적 책임’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신 회장은 10월5일 전보다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서울 구치소를 나섰다. 롯데그룹은 이에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방침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19일 뒤인 23일 롯데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50조 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2016년 10월 경영비리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끝난 직후 40조 원 투자, 7만 명 고용계획을 발표한 데서 투자 규모를 무려 10조 원가량이나 늘린 것이다. 

2016년 당시 신 회장은 “첫째 도덕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깊이 고개를 숙였는데 이번에도 신 회장은 기업의 도덕성과 크게 의미가 다르지 않는 사회적 책임을 들었다.

신 회장이 50조 원 투자계획을 밝히던 바로 그날, 추혜선 정의당 의원 주재로 ‘롯데 갑질 피해자-김상조 공정위원장 간담회’가 열렸다. 

추 의원은 “롯데그룹의 거의 모든 계열사에서 불공정 거래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사기에 가까운 갑질 사례까지 확인되고 있다”며 “범부처 합동 대책 기구를 만드는 것이 너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롯데그룹의 갑횡포 관련 사례가 쏟아졌다. 계열사 한두 곳의 일탈행위라고 보기에는 롯데건설, 해외에 있는 롯데백화점, 국내 롯데마트 등 계열사 다수가 얽혀 있었다. 롯데그룹의 도덕성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신 회장은 2년 전 롯데그룹의 도덕성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지만 갑횡포 고발 앞에서 얼마나 약속이 이행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거래 구조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해결방안을 놓고 진정성 있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개별 기업의 갑질사례를 일일이 조사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추 의원이 롯데건설의 갑횡포 의혹을 제기하자 “자료를 주면 해당 내용을 반드시 다 확인하겠다”며 한 발 더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신동빈 '50조 투자'에 담아야 할 롯데 갑횡포 해결책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6년 10월25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회장으로서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김 위원장의 말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국민의 여론이다.

신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롯데그룹 이미지가 크게 깎이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 사실상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한국에서 번 돈이 대부분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신 회장과 롯데그룹을 향한 국민적 신뢰도도 크게 낮아졌다.

신 회장이 수감돼 돼 자리를 비운 동안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며 바쁘게 뛰어다녔던 것도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롯데그룹은 저소득층 산모와 미혼모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국군장병을 위한 청춘책방을 운영했으며 중소기업의 판매길을 넓혀주는 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 황 부회장은 이런 자리에 자주 참석하며 롯데의 사회공헌활동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신 회장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신 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항소심 선고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신 회장의 운명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결론이 난다. 

신 회장이 50조 원 투자, 7만 명 고용이라는 계획을 내놓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염두에 둔 생색내기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도 나왔다.  

“뇌물이 아닌 사회공헌활동인데 이렇게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 회장은 8월17일 열린 12번째 공판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K스포츠에 70억 원을 지원한 것을 놓고 재판부는 뇌물이라고 바라봤지만 신 회장은 이를 가리켜 사회공헌활동이라고 불렀다.  

신 회장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롯데그룹에 붙은 갑횡포 기업이란 딱지를 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에 돌아온 신 회장이 '50조, 7만 명 투자' 이상으로 내놓을 롯데의 혁신안이 궁금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