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왼쪽)과 신라면세점 서울점. <각 사>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면세점들이 외국인 고객을 붙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면세 쇼핑이 한국 여행의 필수 코스에서 선택지로 내려오면서 이들이 차별화 전략도 선명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롯데면세점은 '다각화', 신라면세점은 '할인', 신세계면세점은 '충성도', 현대면세점은 '본업 경쟁력'으로 각기 다른 해법을 꺼내들고 있다.
15일 면세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외국인 여행객이 한국에서 면세 쇼핑만을 위해 움직이던 흐름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면세점은 다양한 고객을 붙잡기 위한 혜택 설계 경쟁에 시선을 두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전략은 '다각화'다. 고객 구성이 다양하게 바뀐 만큼 혜택의 설계도 잘게 쪼개고 접점을 넓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과거처럼 특정 국적 단체관광객의 방문을 전제로 한 번에 묶어 혜택을 준비하는 방식은 효과가 덜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0·30대와 다양한 국적의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하나의 패키지로는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예전처럼 구매금액별 페이백만 키우는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이 체감하는 편의와 혜택을 넓히는 쪽을 선택했다.
롯데면세점은 28일까지 내·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대규모 온·오프라인 행사를 펼친다. 단순히 가격 할인을 넘어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프로모션을 앞세웠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는 '이름 초성 이벤트', 명동본점 스타에비뉴와 월드타워점에서는 '설맞이 럭키 드로우' 랜덤박스 이벤트 등을 마련했다.
이 변화는 면세점 방문 목적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쇼핑이 여행의 주인공이 아니라 부가 일정이 되면서 목적성 구매보다 둘러보기가 늘었다. '무엇을 사야 한다'보다 '무엇이 있나'를 보는 흐름이 커진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이 흐름이 곧 체류 시간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면세점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매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에 집중해 전략을 짜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페이백 중심 혜택만으로는 고객을 오래 붙잡기 어렵다"며 "그래서 체험형 요소를 병행해 머무를 이유를 만드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독 브랜드존 구성도 같은 맥락에서 강화한다. 탐색형 고객에게는 매장 구성이 곧 체류의 동기가 된다. 둘러볼 이유가 생기면 구매도 뒤따를 수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기업형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궁 같은) 업자 고객이 아니라면 한국 방문은 잦지 않다"며 "그래서 재방문 유도보다 한 번의 방문에서 경험과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유입과 체류를 넓히는 쪽이라면 신세계면세점은 충성 고객 확장으로 방향을 좁히고 있다.
과거처럼 할인을 더해주는 곳으로만 이동하던 수요를 멤버십과 제휴로 묶어두겠다는 전략이다. 한 번 들렀다 지나치는 관광객이 늘수록 유입 확대만으로는 매출 방어가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신세계면세점이 주목하는 고객은 개별 관광객 가운데 멤버십 보유층이다. 호텔 멤버십이나 항공 마일리지 회원 고객은 일반 개별 관광객보다 객단가가 2배에서 3배 높다는 내부 관찰이 전략의 출발점이다.
이런 고객은 할인 폭보다 적립 가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상품과 같은 가격이라면 포인트와 마일리지가 쌓이는 채널로 선택이 기울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멤버십이 중요한 고객의 경우 같은 가격이나 물건이면 신세계면세점에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 ▲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이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각 사> |
신세계면세점이 제휴 결합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텔 및 항공 제휴사와 협업 프로모션을 앞세워 고객의 선택 기준을 할인에서 적립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3월31일까지 메리어트 본보이 회원이 월 300달러 이상 구매하면 월 1천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캐세이 회원에게는 2월 말까지 월 250달러 이상 구매 시 트리플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자체 멤버십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
면세점의 기존 정통 전략을 고수하는 곳도 있다.
신라면세점은 할인 경로를 촘촘히 만들고 현대면세점은 채널과 상품 구성(MD)의 기본기로 승부를 건다.
신라면세점은 가격 경쟁의 최전선에서 할인 공식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여행객이 가격에 더 민감해진 상황에서 결제 단계에서 체감가를 최대한 낮추는 구조를 앞세웠다.
신라면세점이 적립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한 할인쿠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제 단계에서 즉시 반영되는 혜택을 촘촘히 쌓아 최종 체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신라면세점의 전략은 할인 자체가 아니라 할인을 만들어내는 경로를 관리하는 데 가깝다. 전략의 핵심은 '적립금'과 '에스리워즈'다. 적립금은 인터넷면세점에서만 쓰는 기간 한정 포인트 성격을 지니고 에스리워즈는 유형에 따라 오프라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운영된다.
신라면세점은 혜택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장치도 함께 운영한다. 고객이 결제 직전까지 할인 적용 가능 여부를 다시 점검하도록 유도해 체감가를 끝까지 끌어내리겠다는 취지다.
신라면세점은 출국예정일 등록과 앱푸시 수신동의 같은 행동에도 혜택을 붙여 할인 경로를 확장한다. 진행 중인 혜택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오늘의 혜택모음' 기능도 운영해 누락을 줄이려 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차별화된 면세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면세점은 채널과 상품 구성의 기본기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프라인은 핵심 브랜드 유치로 구성을 보강하고 온라인은 고객 특성에 맞춘 세분화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보인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 매장을 새로 열며 기존 운영하던 루이비통과 샤넬, 구찌에 더해 상품 구성을 한층 강화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현대면세점은 온·오프라인 채널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