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5-08-21 16: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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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 경쟁력을 키우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긍정적 분석을 내놓으며 ‘매수’를 권하고 있다.
21일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식은 전날보다 4.11%(1만500원) 내린 24만5천 원에 정규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SK하이닉스 주가가 7월14일 한국거래소 종가 기준 30만 원, 11일 장중에는 30만6500원까지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SK하이닉스 주식은 올해 초 17만1200원에서 출발해 7월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주가 상승 동력은 HBM 기술 경쟁력 우위였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3E 제품의 품질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 시장을 지배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HBM 부문 약진으로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공급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면서, SK하이닉스의 공급 비중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국 증권사 모간스탠리의 조셉 무어 연구원은 “2025년 85~90%의 엔비디아 HBM 공급 점유율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2026년 50%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과의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엔비디아가 2027년부터 HBM 베이스 다이(Base Die)를 직접 생산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SK하이닉스의 역할 축소 가능성도 떠올랐다.
이달 들어 시작된 SK하이닉스 노조의 파업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 6일 충북 청주3캠퍼스에서 총파업 투쟁 1차 결의대회를 열었고, 오는 12일에는 이천 슈펙스센터에서 2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 증권가는 SK하이닉스 전망을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사진은 SK하이닉스의 HBM 메모리 기술 전시용 모형.
여러 악재에도,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낮아진 만큼 개인투자자에겐 저가 매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HBM 공급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며 그동안 시장을 주도한 SK하이닉스 및 관련 밸류체인 전반의 주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공급망 관련 우려는 다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HBM 시장 크기가 커질 것을 간과한 우려라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표면적 시장 점유율은 올해 64%에서 55% 수준으로 하락하겠으나, 시장 성장으로 인해 매출 규모는 오히려 217억 달러(30조 원) 수준에서 282억 달러(40조 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도 19일 SK하이닉스를 반도체 대형주 가운데 최선호 종목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핵심은 DDR4가 아니라 DDR5·HBM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과 수익성 확대”라며 “최근 HBM 분야에서 단기적 프리미엄 감소 우려가 존재하지만, AI 시장 성장에 따른 전체 시장규모(TAM) 증가를 감안하면 기업가치 감소(De-rating)가 아닌 구조적 기업가치 증가(Re-rating) 구간”이라고 짚었다.
최근 일주일 간 기관투자자의 반도체주 매수세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 한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8월 13~20일 기관투자자 순매수 순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엔비디아의 자체 HBM 베이스 다이 시도도 SK하이닉스의 역할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20일 “엔비디아의 자체 베이스 다이 생산 시도는 하이닉스의 입지를 단순히 축소시키는 요인이 아니라, HBM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오히려 기술 신뢰성과 생산 역량을 갖춘 SK하이닉스의 전략적 가치는 유지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이전부터 고객사들의 커스터마이징 메모리 요청을 잘 받아 주며 긴밀하게 협업한 이력이 있어 향후 커스터마이징 HBM 시장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