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상반기,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은 그룹 전체를 이끄는 김남구 회장이 함박웃음을 지을 만한 수치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2025년 상반기,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 순이익 1조252억 원, 영업이익 1조1479억 원이라는 성과는 그룹 전체를 이끄는
김남구 회장이 함박웃음을 지을 만한 수치다.
기업금융(IB)과 트레이딩 등 핵심 사업 부문이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증자 등 자본 확충 전략이 성과를 거두며 시장에서의 입지도 공고해졌다. 최근 한풀 꺾이긴 했지만 올해 들어 한국금융지주의 주가 역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에게 이번 성과는 단순한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투자증권의 이익은 그룹의 전체 실적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 부문의 경쟁력을 앞세워 '초격차'를 실현한 이 성과는 그룹 전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 함박웃음 속에 감춰진 한 가지 불편함, 지나친 증권 의존도
하지만
김남구 회장의 함박웃음 속에 감춰진 한 가지 불편함이 있다. 바로 지나치게 증권 부문에 편중된 수익 구조다.
실제로 2022년 그룹 순이익 중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연결기준 지주 순이익 대비 한국투자증권 순이익 비중)은 83.7%에 달했고, 2023년에는 84.2%, 2024년에는 106.9%로 오히려 비중이 더 늘었다.
반면 한국투자금융그룹과 마찬가지로 은행 부문이 없는 미래에셋금융그룹, 메리츠금융그룹 등은 보험, 자산운용, 캐피탈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추진해오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연결기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7708억 원, 미래에셋증권의 당기순이익이 6641억 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메리츠금융그룹 역시 연결기준 지주 순이익 가운데 메리츠증권의 순이익 비중은 약 30% 정도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미 2022년에 “한국투자금융그룹 안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비중이 높아 증권 업황이 그룹 전체의 영업실적과 주요 재무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지속적인 사업다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증권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 김남구 종합금융그룹의 꿈, 생명보험 인수와 비증권 계열사 투자 확대
김 회장 역시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를 인지하고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7대 핵심 중대 이슈’의 하나로 금융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꼽았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핵심 활동으로 △생명보험사 인수 적극 검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I테마의 손익차등형 펀드 ‘한국투자글로벌AI빅테크’ 출시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바른동행 배치프로그램 등을 통한 AI·빅데이터, 친환경·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확장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설립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인도네시아 자산운용사 ‘KISI Asset Management’ 인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생명보험사 인수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경쟁사인 미래에셋금융그룹, 메리츠금융그룹은 모두 보험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보험사가 매물로 시장에 나올 때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김 회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여러가지 대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한국투자증권에게 매력적 매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프랑스의 종합금융그룹 BNP파리바카디프가 지분 85%를, 신한은행이 15%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형 생명보험사로 BNP파리바카디프가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프랑스에 영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해외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쪽에서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자산규모 2조7천억 원 대로 그리 크지 않은 생명보험사인만큼 한국투자증권의 증권 의존도 낮추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종합금융그룹 전환을 향한 과제
김 회장의 최종 목표는 분명하다. 비은행 금융그룹 경쟁사인 메리츠금융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등과 유사한 종합금융회사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사업영역을 넓혀서 사세를 확장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기반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 가운데 하나다.
김남구 회장은 비증권 계열사를 향한 투자 확대 등과 더불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시장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그룹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여러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라며 "생명보험사 인수도 여러 후보군을 놓고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