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적극적으로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며 배터리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배터리 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해 석유화학 업황 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에 배터리 소재 부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23일 LG화학에 따르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수처리 사업과 편광판 사업을 놓고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6월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던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수처리필터 사업을 ‘코리아워터솔루션홀딩스’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나노H2O를 인수한 뒤 청주에 전용 공장을 짓고 바닷물을 산업용수로 정화하는 역삼투막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코리아 워터솔루션홀딩스에 매각됐다
양도가액은 1조4천억 원 규모로 이번 결정은 배터리 소재, 리튬황 배터리, 친환경 소재 등 3대 전략 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LG화학은 지난해 9월 IT소재사업부의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편광판 사업은 중국 샨진옵토일렉트로닉스에, 편광판 소재 사업은 중국 허페이신메이머티리얼즈에 각각 양도해 1조1천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도 매각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이 비주력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힘쓰는 것은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석유화학 업계 부진이 길어지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이미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으며 석유화학 업황 악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 올해 1분기 기준 LG화학 매출에서 기초소재인 NCC와 폴리올레핀이 차지하는 비중은 32% 규모로 나타났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 모습. < LG화학 > |
LG화학의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보면 2023년 2조5292억 원에서 2024년 9168억 원으로 63.8% 감소했다.
신 부회장은 석유화학 업황 극복의 돌파구로 배터리 소재를 점찍어 두고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에 전년 동기 대비 130% 늘린 2596억 원을 투자했다. 반면 석유화학 부문 투자는 2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줄였다.
신 부회장 투자비중 조정과 관련해 2025년 초 열린 제2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에는 2조5000억~2조70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계획했지만 현금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부터는 전구체 프리 양극재(LPF) 국내 최초 양산을 시작하며 배터리 소재의 공급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하고 있는 양극재 공장을 놓고는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인 2026년보다 앞당겨 2025년 말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는 자본적 투자와 관련해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며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 투자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배터리 분야의 영업이익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LG화학 전체 영업이익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 2분기 영업이익은 4849억 원으로 직전 분기와 비교해 8.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배터리 부문 영업이익이 4922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추가적으로 이차전지 배터리의 기초 재료인 리튬 가격이 오르며 양극재 제품의 가격 상승도 기대된다.
최근 중국 대형 리튬 채굴업체인 장거광업이 지방정부의 지시로 일부 광산에서 리튬 생산을 중단하면서 21일(현지시각) 상하이 금속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탄산리튬 선물 가격은 7만1020위안(1368만 원 수준)으로 3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광산의 생산 중단, 탄산리튬 가격 반등 등 긍정적 시그널이 나타나며 LG화학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