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와 울산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투자에 따른 실수요를 기반으로 부동산 시장이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지방 부동산 시장에 불어닥친 혹한 속에서도 일부 지역은 기업 투자에 주거 수요가 몰려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공장 투자가 이어지는 충북 청주와 세계 최대 규모 석유화학 설비가 지어지는 울산 등이 탄탄한 실수요를 기반으로 시장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13일 KB부동산 데이터 허브에 따르면 6월 울산 아파트 전세가율은 76.45%로 6대 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 68.18%를 크게 웃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의미하는데 통상 투자보다 실거주 수요 중심 시장일 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울산 전세가율은 지난해 초부터 상승세를 시작했다. 그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최고였던 2022년 11월(75.86%)를 이미 지난 4월(76.06%)에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봐도 울산 전세 시장은 올해 열기를 띠고 있다.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중 세종에 이어 전세가 상승률이 두 번째로 높다.
울산에 실수요가 몰린 이유로는 산업단지 집적지라는 특성에 더해 대규모 프로젝트로 인구 유입이 이어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쓰오일은 2026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9조 원 규모를 들여 세계 최대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짓는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70%를 넘어섰고 향후 상시고용 400명과 3조 원가량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 (왼쪽부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최민희회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명 대통령, 아마존웹서비스(AWS)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인프라 총괄 대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이 6월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여기에 SK그룹도 울산을 제조 AI 혁신 거점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지난 6월 AWS와 손잡고 국내 최초·최대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7년 본격 서비스 개시 후 최대 7만8천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이처럼 대기업 투자가 몰리는 지역은 예외적으로 활기를 찾고 있는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권 매매가격지수는 2024년 5월27일 조사부터 57주 연속으로 하락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은 2025년 2월3일 이후 2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과 비슷한 이유로 주목받는 지방 도시로는 충북 청주가 꼽힌다.
청주 산업단지는 중부권 최대 규모로 국내 두 번째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와 주거시설이 결합된 직주근접형 도시)가 있다. SK하이닉스와 LG생활건강 등 주요 대기업이 입주해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청주 신규팹 M15X를 차세대 D램 생산거점으로 정하고 5조3천억 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다.
청주는 결국 그동안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서도 ‘청약 불패’가 이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크노폴리스 인근 아파트에 큰 수요가 몰렸고 올해도 금호건설이 짓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아테라 2차’는 최고 청약 경쟁률이 105.95대 1에 이를 정도로 시장 관심을 받았다.
▲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신규 팹 M15X를 짓고 있다. < SK하이닉스 > |
울산과 청주는 지방 부동산 시장 뇌관으로 꼽히는 ‘악성 미분양’ 물량도 적다. 지난 5월 기준 전국 악성 미분양은 2만7013호인데 울산은 918호, 청주는 단 7호다.
이 외에도 대구와 여수, 광양 등 주요 산단이 있는 지방 도시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울산과 청주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 투자 계획이 확정돼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이 차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어도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만큼 지역 건설사들까지 온기가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지난 4월에도 충북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인 대흥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울산만 봐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6월 말 6982억 원 규모 남구 B-04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냈다. 2023년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으로 1조5천억 원 규모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이후 지방 진출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한화 건설부문도 8월 울산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브랜드 ‘포레나’ 분양을 앞두고 있으며 DL이앤씨는 ‘e편한세상 번영로 리더스포레’를 공급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울산의 경우 산업단지를 갖춘 곳으로 인구 유입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어 지방 미분양 문제에서 예외인 부분이 있다”며 “울산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사업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AI 산업발전과 함께 국정 핵심과제로 꼽은 만큼 울산과 청주의 상황이 좋은 예시가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포함해 '5극3특(수도권·동남권·대구경북권·중부권·호남권의 5특, 제주와 강원, 전북 등의 3대 특별자치도)' 전략으로 수도권과 지방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는 별도 태스크포스(TF)로 AI TF와 함께 6월 말 ‘국가균형성장발전특위’를 출범시켰다. 국가균형성장발전특위는 지난 7~8일 간담회를 통해 17개 시·도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