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올해 하반기 실적이 갤럭시Z 플립7 흥행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가 갤럭시Z 플립7으로 돌아오면서, 침체를 겪던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가 하반기 실적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 플립7의 AP를 자체 조달한 만큼, 폰 가격을 동결하며 판매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는 이번 갤럭시Z 플립7 시리즈에 엑시노스2400, 2500을 탑재한 데 이어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6 시리즈에 엑시노스2600을 탑재하기 위해 수율(완성품 비율)을 빠르게 끌어올려 오랜 ‘적자 늪’에서 탈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1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갤럭시Z 플립7에 갤럭시 폴더블폰 최초로 시스템LSI가 설계하고, 삼성 파운드리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AP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사업 부문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Z 플립7 FE에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4나노 공정으로 만든 ‘엑시노스2400’이 적용됐다. 가장 프리미엄 모델인 갤럭시Z 폴드7에는 퀄컴 ‘스냅드래곤8엘리트’ AP가 탑재됐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 9일 “갤럭시의 AP 선택은 일관적 운용 전략으로 결정되고 적용된다”며 “갤럭시Z 플립7은 엑시노스2500이 적절하고 충분한 성능과 품질을 확보한 것이 확인돼 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의 하반기 실적은 갤럭시Z 플립7 흥행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최근 창립 이래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5조 원이 넘은 영업손실을 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4조 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사업부가 대형 외부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5 시리즈에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8일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비메모리사업(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첨단 AI칩의 대중 제재에 따른 판매 제약과 관련 재고 충당이 발생했고,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돼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갤럭시Z 플립7·FE 수요에 따라 파운드리 3~4나노 생산라인 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Z 플립7의 목표 출하량은 전작보다 늘어난 350만 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한 관람객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듀갈 그린하우스서 열린 삼성전자의 하반기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갤럭시Z 플립7'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
가동률 상승으로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는 올해 하반기 영업손실이 상반기 대비 1조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2나노 공정 기반의 차세대 AP ‘엑시노스2600’ 수율이 안정화된다면, 적자 폭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비메모리(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은 하반기 적자 폭 축소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지는 못하겠지만, 지속적 가동률 상승으로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 입장에서도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엑시노스 시리즈를 활용함으로써 부품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작보다 가격이 소폭 오른 갤럭시Z 폴드7과 달리 갤럭시Z 플립7 가격을 동결할 수 있었던 것도 외부 AP 조달 대신 가격경쟁력이 있는 자체 AP를 넣은 덕분으로 해석된다.
다만 엑시노스2500의 성능은 퀄컴 ‘스냅드래곤8엘리트’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P 성능 실험 사이트 긱벤치6에서 실제 갤럭시Z 플립7에 탑재된 엑시노스2500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을 측정한 결과, 싱글코어 점수는 2200, 멀티코어 7700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퀄컴 스냅드래곤8엘리트를 적용한 갤럭시Z폴드7은 싱글코어 2900점, 멀티코어 9300점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일부 소비자는 플립 시리즈에 엑시노스가 들어가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플립 시리즈가 폴드보다 화면 크기, 멀티태스킹 기능, 배터리 용량이 훨씬 작은 만큼,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더 경제적이고 발열이 적은 칩을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IT 전문지 안드로이드 오쏘리티는 “갤럭시Z 플립은 최고의 벤치마크를 달성하도록 제작되지는 않았지만, 성능 면에서 부족함은 없다”며 “가장 빠르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칩은 기능보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플립 시리즈에 적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