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7-01 11: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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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 기간 만료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과 벌이는 관세 협상 결과는 향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적에도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일단 '유예기간 연장'에 협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7월 말 또는 8월 초 열릴 거승로 보이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미 관세협상에서 유예기간이 연장될지 관심이 모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국가별로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미국과 한국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연장이 이재명 정부의 관세협상 첫 번째 '미션'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유예기간 연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면서도 “우리와 성실히 협상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지만, 그들이 완고해져서 우리가 합의에 못한다면 4월2일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은 4월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7월8일까지 유예하기로 하고 현재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 개별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만일 한국에 적용되던 상호관세 유예 조처가 해제되면 오는 9일부터 이미 적용되고 있는 기본관세 10%에 15%가 추가된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일단 미국은 상호관세 유예를 적용한 국가들에 대해 협상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30일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우리에겐 18개의 주요 교역상대국이 있다”며 “18개국 가운데 10~12개국과 합의를 체결할 수 있다면 노동절(9월1일)까지 무역(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콕 집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상호관세 유예기간 연장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일본이 미국에 대해 얼마나 버릇없는 나라가 되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에 25% 관세 부과 방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장관급 인사가 미국을 7번이나 오가며 공을 들였지만, 일정을 연장하면서까지 만나려고 했던 재무장관은 결국 얼굴도 못 보고 돌아오기도 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6월22일 관세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임웅순 국가안보실 안보2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관세 부과 유예기간인 7월9일 이전에 한미 관세 협상을 제대로 마무리 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의 쟁점들을 살펴볼 때 정부가 단기간 안에 결정하기 어려운 사항들이 많아 협상 기한을 확보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여기에 한미 관세 협상에는 방위비 인상 문제까지 얽혀있어 일괄 타결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6월26일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요구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오는 2035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올리기로 한 것을 두고 "유사한 주문이 우리나라에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한미 관세 협상에 있어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인하’, ‘자동차 관세 해결’ 등도 정부가 단기간에 미국과 간극을 좁히기엔 어려운 사안들이다.
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분에서 현재 25%에서 50%로 인상된 관세를 다시 인하하거나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철강과 알루미늄 기업에 대한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 현지의 철강 가격도 상승해 미국에게도 부담이 되는 부분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미 수출의 핵심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문제 해결은 이재명 정부의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사실상 관세가 없었던 한국에 25% 상호 관세를 새로 부과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는 여러 협상 전략을 짜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와 강경한 입장은 여전히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방위비 증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소고기 월령 제한 등 비관세 장벽 철폐와 알래스카 LNG 참여 등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우리 정부는 미국의 다양한 요구와 한미 관세 협상을 연계하는 복합적인 통상 전략을 구사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한미 통상협상에 있어 돌파구 마련의 출발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를 두고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양국의 교감 아래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르면 오는 7월8일쯤 우리나라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각에서는 바라봤다. 루비오 국무장관이 방한한다면 이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 일정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만일 7월 말이나 8월 초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로 확정된다면 관세 협상의 여지를 두기 위해 미국 측이 정상회담 전까지 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다만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방미 시점으로 7월 말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밝힌 적이 없는 날짜"라고 선을 그었다.
여한구 본부장은 6월28일 미국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협상 진행 속도가 늦었던 측면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며 “협상은 가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의 성과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