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영향을 받은 팀은 뉴진스뿐만이 아니다. 민 전 대표는 르세라핌이 뉴진스의 데뷔를 새치기했고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했다고 주장했다. 르세라핌과 아일릿이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실제로 르세라핌과 아일릿의 실적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가요계에서 앨범 초동 판매량(음반 발매 후 일주일 동안의 판매량)은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지만 두 걸그룹은 이 분야에서 이전에 못 미치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
초동 판매량 기준으로 르세라핌은 2024년 2월 발매된 미니 3집 ‘이지’를 99만 장 판매했지만 이후 2024년 8월 미니 4집 ‘크레이지’와 2025년 3월 미니 5집 ‘핫’은 각각 68만 장, 63만 장 팔았다. 세 앨범은 모두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앨범이다.
같은 기간 SM엔터테인먼트 산하 걸그룹 에스파가 ‘아마겟돈’(2024년 5월 발매) 115만 장과 ‘위플래시’(2024년 10월 발매) 91만 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르세라핌의 성과는 아쉽다고 할 수 있다.
르세라핌의 부진은 소속사 쏘스뮤직의 경영 실적에도 반영됐다. 하이브에 따르면 자회사 쏘스뮤직은 2024년 65억8525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과 비교해 절반으로 떨어진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2024년 1분기 44억 원이던 순이익은 2분기 17억 원, 3분기 15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4분기에는 순손실 10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쏘스뮤직의 소속 가수가 르세라핌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경영 실적은 르세라핌의 활동 실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일릿 상황도 녹록치 않다. 아일릿은 2024년 3월 데뷔 앨범 ‘슈퍼 리얼 미’와 10월 발매한 ‘아일 라이크 유’가 각각 초동판매량 38만 장을 기록했다. 2024년 3월 내놓은 데뷔곡 마그네틱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일간차트 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어도어 사태 이후 10월 발매한 음원 체리시(마이 러브)는 멜론 일간차트에서 52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멜론 일간차트는 대중적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하이브 걸그룹 캣츠아이의 성과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하이브의 포트폴리오가 보이그룹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시선 때문이다. 수익 구조의 다각화와 위험 관리의 측면에서 보이그룹에 실적을 상당히 의존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 하이브유니버설 소속 걸그룹 캣츠아이의 EP 2집 선공개 싱글 '날리' 티저 이미지. <하이브>
하이브 걸그룹 네 팀이 속한 자회사의 2024년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5705억 원이다. 하이브 전체 매출의 약 25% 수준인데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 매출에 보이그룹인 엔하이픈 몫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걸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제로 더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브의 경쟁기업 상황은 다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 2024년 판매한 앨범 1367만5천 장 가운데 걸그룹 몫은 686만6천 장으로 약 50%다. 음원뿐 아니라 공연과 굿즈 판매 등을 주요 수입원으로 인식하는 엔터테인먼트기업의 사업을 고려할 때 앨범 판매량을 곧 실적이라고 치환하기는 어렵지만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포트폴리오가 고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인 블랙핑크, 베이비몬스터와 보이그룹인 트레저가 각각 음반과 공연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YG엔터테인먼트의 앨범 판매량 203만 장 가운데 베이비몬스터(159만 장)와 블랙핑크(23만 장)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였다. 반면 공연 관객 수는 전체 72만 명 가운데 트레저가 82%(59만 명)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