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 관계 변화가 예상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재개 등을 통한 건설업 수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하면 건설업이 남북경협을 통해 실제 수혜를 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11일 국내 유가증권 시장을 보면 남북경협 재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이른바 ‘남북경협주’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따른 수혜주로도 꼽히는 삼부토건 주가는 11일 장마감 기준으로 전날보다 30.00% 오른 1만2734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 남북경협주 가운데 하나인 일신석재 주가는 1782원으로 전날보다 13.14% 올랐다.
남북경협주의 강세는 백악관에 복귀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국정 행보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이 추진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재선 성공에 따른 국내 건설주의 움직임을 전망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은 실질적 공사 가능 여부와 수익을 확인해야 하지만 기대감 측면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남북경협주도 마찬가지”라고 바라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의 외교 정책을 놓고 관련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전쟁의 종전 추진과 함께 북한과 관계 개선을 공언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중 외교 수완을 강조하기 위해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 “아마 김정은도 나를 보고 싶어할 것이고 그리워할 것”이라는 등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두 번째 임기의 국정운영에서 이전보다 속도감 있게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에서 경합주 모두에서 승리하는 등 압승을 거둔 데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원 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임기가 없는 만큼 4년 내 가시적 성과를 내는 일에 더욱 마음이 급할 수 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취임 뒤 바로 평양을 방문한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북미 관계 개선으로 북한의 태도가 바뀐다면 남북 관계 개선을 향한 기대감과 관련 업종의 수혜 가능성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건설업은 남북 경협이 다시 논의된다면 단연 수혜를 볼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한 거래일에 현대건설과 같은 대형 건설사는 물론 삼부토건 등 중소형 건설사까지 수혜주로 주목받던 건설사들의 주가가 상한가를 보였을 정도다.
남북 경협 기대감이 한창일 시기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에서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북한에서의 수주를 대비하기도 했다.
남북 경협은 현재 국내 건설사에도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시장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 수주에서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위원장을 둘러싼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은 주요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집권 때 김 위원장과 만남 등 북한과 관계에 공을 들였던 데는 ‘최초 북미 정상회담 성사’처럼 대외적으로 내세울만 하거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 등 노려 볼만한 목표가 있었던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혹은 중동 전쟁 쪽에 세계의 관심이 더 집중돼 있는 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특별한 상징적 성과를 얻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위원장 역시 2019년 ‘하노이 노딜’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과 트럼프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냉정해졌을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이 겪는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마냥 미국의 손을 내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미국과 관계 개선은 추구하면서도 한국에는 냉랭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10월에 남북경협의 마지막 상징이었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하는 등 한국과 관계에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북미 관계, 남북 관계의 개선을 거쳐 남북 경협이 구체화하기까지는 중간에 해결돼야 할 과제가 많은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건설업계도 아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남북 경협 관련해 주식시장에서 기대감이 커질 수는 있으나 아직 기업 차원에서 대응 움직임을 보이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에 더해 구체적 경협 논의 움직임까지 보이기 시작해야 대응을 준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